[사설] 대법관 4인 궐석사태는 막아야 한다
입력 2012-06-19 18:31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지난달 30일 임기가 시작된 19대 국회는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올 대선을 의식해 특정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거나 각종 현안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 개최 문제를 놓고 소모적인 기싸움만 벌이고 있는 탓이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다. 여야의 원내사령탑이 다짐한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지각 국회’의 여파가 조만간 대법원에 미칠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퇴임할 대법관들 임기가 끝나는 내달 10일 이전까지 처리해달라는 요구였다. 대법관 임명은 인사청문회와 본회의에서의 인준동의 수순을 거쳐야 한다.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20일 이내에 개최하도록 규정돼 있어 시간이 별로 없다. 여야가 서두르지 않으면 내달 11일부터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관 13명 가운데 4명의 궐석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대법원의 재판 업무 마비를 의미한다. 재판받을 수 있는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수도 있다. 여야가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계속 미룰 경우 대법원이 국회에 공식 항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법기능의 정지를 막기 위해 조속히 개원하자고 민주통합당을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법부가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새누리당이 원구성 협상에 뒷짐 지고 있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위원은 국회의장이 선임한다. 대법관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국회의장 선출인 것이다. 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과 국정조사·청문회 대상 선정을 둘러싼 협상과는 별개로 국회의장을 조속히 선출하는 것이 옳다.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대법원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해서야 되겠는가. 대법관 궐석 사태가 벌어지면 정치 불신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국회의 존재 이유마저 의심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