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말 바뀐 ‘한반도 불바다’ 발언
입력 2012-06-19 18:29
민주통합당 추미애 최고위원이 18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 구축을 “한반도 자체가 불바다로 뛰어들게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추 최고위원은 한미 외교·국방 장관이 지난 15일 KAMD를 2015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잘못 당기면 한반도 자체가 불바다로 뛰어들게 되는, 전쟁의 희생물이 되게 하는 그런 일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KAMD 구축이 “분단을 영구화시키고,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면서 평화 협정은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추 최고위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옳지 않다. KAMD는 북한의 증대되는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 차원의 노력이다. 대북 공격력을 높이자는 게 아니라 북한 미사일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드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을 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KAMD 구축을 불바다로 뛰어들게 되는 일이라고 매도한다면 그 저의가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포기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끊임없이 미사일 능력과 핵 능력을 키우더라도 우리는 손놓고 있자는 취지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국가 책임을 방기하자는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화약고로 만들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우리 방어 노력만 문제 삼는 것은 본말이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발언이다. 우리 군에는 적대적이면서 북한에는 우호적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불바다가 걱정되고, 분단 영구화가 우려된다면 먼저 북한의 군비 증강과 호전성을 비판하는 게 옳다. 더구나 불바다라는 단어는 북한이 우리를 협박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이를 인용해 우리 방어체계에 비난을 퍼부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최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종북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불쾌한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