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유로존 위기 ‘네탓’ 공방… 정상들 무대뒤 기싸움

입력 2012-06-19 18:36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세계 금융시장 화약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대책을 찾기 위해 18일(현지시간) 멕시코에 모였으나 무대 뒤에서는 ‘네 탓 공방’을 펼치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유로존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비유로존 국가 간 신경전이 팽팽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만성적인 병을 고치기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박을 받는 가운데,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로존 위기는 근본적으로 비정통적인 자본주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부실 주택 모기지 사태를 언급한 것이다. 이는 “왜 유럽을 위해 북미가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느냐”는 캐나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바호주는 “유럽은 경제를 어떻게 다룰지 교훈이나 듣자고 온 게 아니다”며 세계 지도자들의 훈수에 대한 불만을 거칠게 토로했다. 헤르만 판 롬푸이 EU 상임의장도 “우리(유럽)만이 당면한 세계경제 문제에 유일하게 책임져야 할 쪽이 아니다”고 말하며 거들었다.

정상회담 신경전의 또 다른 축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나머지 세계 국가 지도자들 사이에 펼쳐졌다. 메르켈은 긴축 정책에 대한 강경 노선을 누그러뜨리라는 압박을 곳곳에서 받았다.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위험 수준인 7%를 돌파했고,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가 유럽중앙은행의 개입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도 독일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그럼에도 메르켈은 꿈쩍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메르켈은 정상회담 전야 회동에서 G20 회원국에 “각자의 숙제를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G20 일각에서 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되는 보호주의 움직임이야말로 세계경제를 저해하는 끔찍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별도 회담을 갖고 금융 안정과 유럽의 결속을 증진시키기 위한 중요 조치들을 논의했다고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러나 메르켈이 절충점을 찾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거듭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에 보호주의를 허용해 달라고 촉구해 메르켈의 심기를 건드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밤 EU 정상들을 따로 만나 유로존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전체 정상회담 만찬 일정이 늦어져 회담이 불발에 그쳤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양측 회담은 19일 중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