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女대통령 시기상조론’ 거센 역풍… 박근혜 “21세기에도 그런 생각 하는 사람 있나”
입력 2012-06-19 18:40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을 겨냥해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을 주장한 이재오 의원에게 발끈했다. 친박근혜계도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해 막말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비박(非朴·비박근혜) 3인방(정몽준 전 대표, 이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경선 룰을 놓고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친박과 비박 대선주자 3인방의 감정싸움이 상호 ‘비방전’으로 번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박 전 위원장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입장하면서 “전날 이재오 의원이 여성리더십이 시기상조라는 발언을 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치받았다.
친박계인 조원진 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이명박 정부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정치 대통령’이라 불렸던 분이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을 국민이 과연 이해하겠는가”라며 “연세로 봐서 정신 줄을 놓을 나이는 아닌데 이렇게 하는 것은 결코 새누리당을 위해 옳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지지율) 1%도 안 되는 후보가 40%를 넘는 후보를 갖고 이런 비하적 발언을 하는 게 정당 발전과 새누리당 발전을 위해 필요한가”라면서 “선배의 위치에서 후배에게 교감되지 못하는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인신공격성의 네거티브를 하고 있는 것은 결코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 옳지 않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당원에 의해 선출된 지도부에 대해 ‘환관’ ‘앞잡이’ ‘대리인’ 등으로 욕하는 건 당원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국민에 대한 무시이고 모독이다. 누구의 사당이라고 공격하는 것 또한 국민에 대한 무시”라며 비박 주자들의 막말성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이 의원은 전날 가진 외신기자클럽과의 기자회견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여성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나라가 통일돼 평화로워진 후라면 몰라도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면서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박 전 위원장을 넘어 여성 전체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김 지사도 지난 17일 오찬기자간담회에서 “결혼을 안 하는 것은 위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미혼인 박 전 위원장을 비꼬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이 의원 발언과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의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 관동군 장교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가세했다. 정성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근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 박정희 개인의 입맛대로 국가 권력이 행사되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