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국제현안엔 한목소리 냈지만… 오바마-푸틴 ‘싸늘한 만남’
입력 2012-06-19 18:3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2시간가량 회담을 가졌다. 푸틴이 지난 3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첫 만남이다. 최근 양국 관계가 ‘신냉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두 정상의 만남에 큰 관심이 쏠렸다.
외견상 양국 대통령은 여러 현안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공동성명을 통해 시리아 폭력 사태 종식과 휴전,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한편 유엔-아랍연맹(AL) 특사인 코피 아난이 수립한 시리아 평화 계획을 지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전을 막을 수 있는 정치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도 “우리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 많은 공통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양국 간 긴장을 높였던 미국의 유럽 미사일 방어망 배치 계획에 대해서도 ‘공동 해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핵심 의제인 시리아 사태에 대해 구체적이고 가능한 대안에 합의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집트와 리비아의 예를 들며 시리아의 복잡한 인종·민족 상황에서 확실한 계획 없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퇴진했을 때의 역풍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와 전략적 우방인 시리아와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의사가 없음을 증거를 제시하며 오랫동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자회견 내내 푸틴 대통령이 자주 머뭇거리는 등 분위기가 무겁고 딱딱했다며 2시간의 회담 동안 양측의 좌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몇 분 동안 나란히 자리에 앉아 있던 양 정상은 상대방에 대한 제스처나 대화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고도 했다. 미국 관리들도 회담 분위기가 우호적이고 화기애애했다고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 다만 마이클 맥폴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두 사람이 사무적이긴 했지만 우호적이었다”며 부정적인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