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배의 말씀으로 푸는 건강] 알코올 의존증
입력 2012-06-19 17:53
음주에 관대한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알코올 중독, 알코올 의존이라는 병의 진단 기준이 약간 낯설 수도 있습니다. 음주 습관이, 일단 시작하면 통제하지 못하고 폭음하게 되는 경우라면 알코올 중독에 해당됩니다. 흔히 지난 밤에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는 블랙아웃, 즉, 음주와 연관한 기억장애가 있는 경우도 알코올 의존증에 해당합니다. 금주를 위해 반복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경우도 그러하고, 심각한 신체 질환이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거나 최소 이틀 이상 종일 취해 있는 경우도 알코올 중독에 해당됩니다. 알코올 중독, 알코올 의존증이란 한 개인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양의 음주를 매일 해야만 하고, 역으로 그러한 음주로 인해 정신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제 뭐했지?”… 기억 가물가물
보건복지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성의 75.7%, 여성의 43.3%가 1년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한 달에 1회 이상 술 마시는 인구는 남자 25.5%, 여자 6.9%입니다. 알코올 의존이라는 중독의 병적인 상태에 이른 사람이 남성에선 10.3%에 달하고 여성에선 3.7%나 됩니다.
소량의 알코올은 대뇌 혈류를 촉진시키지만 과음하면 오히려 대뇌 혈관을 수축시켜 전반적인 두뇌 활동을 떨어뜨립니다. 여기에 음주로 인한 티아민이란 비타민 결핍이 생기면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란 기억력 장애가 나타납니다. 술로 인한 저혈당증은 뇌에 손상을 미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작은창자에선 아미노산 흡수를 방해하여 간에 손상을 입히고 체내 중성지방을 증가시켜 혈관 손상을 초래합니다.
알코올이 체내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테트라하이드로 이소퀴놀론이라는 물질이 모르핀과 유사한 구조로 알코올의 기호를 높여 중독에 이르게 하는 생리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는 사람들로부터 냉대 받는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기실 가족의 사랑이나 사회의 관심을 갈구하는 의존적인 성품이라는 건 아이러니합니다.
은혜로 움직이는 주님의 나라
알코올 중독자를 돕는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영어로는 Alcoholics Annonymus, 약자로 AA라 불리는 단체가 있습니다. 단주를 위한 12 단계와 모임의 태도를 나타내는 열두 전통이 있지만 기본 정신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우리는 알코올 중독에 걸려 있었고 우리 자신의 삶을 수습할 수 없었다. 둘째, 아마도 어떠한 인간적인 노력으로도 알코올 중독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셋째, 우리가 신을 찾는다면 신은 우리를 고치실 수 있고 또한 고쳐주신다. AA가 종교적인 모임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를 한마디로 줄인다면 그건 바로 ‘은혜’입니다.
기독교의 구원을 향한 여정이 AA의 치유를 향한 열정에 그대로 적용된 듯합니다.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며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주시며 모든 슬픈 자를 위로하시는(사 61:1,2)’ 하나님께서 어찌 애통해하는 이들을 외면하시겠습니까?
때때로 삶이란 것에 실망하고 낙담하진 않으시는지요? 필립 얀시는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에서 ‘우리가 아무리 바닥으로 가라앉아도 은혜는 그 가장 낮은 데까지 흘러듭니다’고 적었습니다. 세상은 정의와 공평이란 잣대로 유지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은혜로 움직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추락해도 거기 하나님의 손이 받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은혜보다 더 추락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후서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나는 나를 두고는 내 약점밖에 자랑하지 않겠습니다.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무르게 하려고 나는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내 약점들을 자랑하려고 합니다(고후 12:9).’
<대구 동아신경외과원장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