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 이집트 대선 승리 선언… 군부, 잠정헌법 발표속 ‘정국 혼미’

입력 2012-06-18 23:26

이집트에 첫 이슬람주의 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 결과 무슬림형제단 소속 자유정의당 후보인 모하메드 모르시(61)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군부가 잠정헌법까지 발표한 상태여서 이집트 정치 안정은 요원할 전망이다.

무슬림형제단은 18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르시 후보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이집트의 첫 대통령이 됐다”며 승리를 주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전국 1만3000여개 투표소의 80% 이상에서 자체 집계한 중간개표 결과에 따르면 모르시가 52.5%, 경쟁자인 아흐메드 샤피크(71) 전 총리가 47.5%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각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발표한 결과를 개표소에 파견된 무슬림형제단 대리인들이 취합한 것으로, 1차 대선에서도 대체로 정확했다.

모르시 후보는 “이집트 국민들을 자유와 민주주의의 길로 인도하신 신께 감사드린다”며 “이집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샤피크 캠프에서는 “우리 집계 결과에 따르면 샤피크 후보가 52%의 득표를 기록하며 앞서고 있다”면서 “무슬림형제단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선 공식 결과는 21일 발표된다.

한편 군부는 결선투표 이틀째인 17일 새 대통령의 권한을 규정하는 잠정헌법을 발표했다. 이는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군부가 최고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의회 해산도 결정했다.

이집트 전문가인 나단 브라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군부가 정한 잠정헌법은 군부에 모든 권한을 주고 있다”면서 “혁명과 국민 의지에 완벽하게 반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부는 의회를 해산할 자격도, 헌법을 정할 권한도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발이 거세지자 군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30일까지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권력을 모두 이양할 것”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