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의비급여 제한적 허용… 병원의 진료선택권 ‘조건부 인정’, 진료비 폭증 우려

입력 2012-06-18 21:54

18일 대법원의 ‘의학적 임의비급여의 조건부 인정’ 판결은 임의비급여 진료를 예외 없이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는 측면에서 의료계와 향후 유사 소송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 중인 비슷한 소송은 수백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제까지 국민건강보험 체계상 명시적 규정이 없는 임의비급여에 대해 ‘부정한 방법으로 요양급여 비용을 받거나 부담하게 한 때’를 적용, 의료기관에 취해진 과징금과 부당이득 환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건강보험 요양 기준에는 위반되지만 치료를 위해 실시한 ‘의학적 임의비급여’가 병원 측 입증 여부에 따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단 재판부는 예외의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틀 안에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조정 절차가 마련됐다 하더라도 치료의 시급성, 불가피성, 의학적 안전성 및 유효성을 갖췄고 환자의 동의를 충분히 얻은 경우다. 예외적 사정에 대한 입증은 의료기관의 몫으로 명시했다. 의사의 진료선택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되 입증 책임을 병원 측에 명확히 둔 것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가톨릭의료원 여의도성모병원은 판결 직후 “진일보한 판결”이라며 고무적 입장을 밝혔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한번도 인정된 적 없던 의학적 임의비급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것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측에 입증 책임을 지운 것과 관련해 “이미 제출된 자료와 의학적 판단, 과징금 등 부과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임의적 비급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의료계와 상반된 의미를 부여했다. 복지부는 법원의 판결 결과 선택진료비 부당이득을 제외하곤 원심 판결이 파기환송됐음을 밝히고 “원칙적으로 임의적 비급여는 불법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1·2심 재판부는 법정 기준을 벗어난 진료를 하고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와 달리 성모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백혈병환우회 등 암환자 단체들은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인정’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 및 진료비 폭증을 불러오고 결국 환자의 가계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암 등 중증질환의 경우 의학적으로 필요한 약이라도 의사가 쓰라면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 암 등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64% 정도에 그치는데, 임의비급여를 예외로 인정할 경우 환자에게 부담되는 비급여 항목이 크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