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혁신보고서 주요 내용 “진성당원제, 정파의 권력장악 수단으로 전락” 비판
입력 2012-06-18 18:57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 산하 새로나기특별위원회가 18일 발표한 ‘새로나기 방향과 과제’ 보고서(이하 혁신안)’는 그간 당에 제기된 질문들에 대한 답변과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 이 두 가지를 담고 있다. 혁신안은 이념 논란을 정리하고 공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북한과 미국, 재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답변’이다. 이 세 가지 문제는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이념 논란의 핵심 질문들이었다. 특위는 “대북관과 대북정책, 한·미동맹 문제에 있어 정당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당은 북한의 인권, 핵개발, 3대 세습 등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혁신안은 북한 인권과 핵개발, 3대 세습 문제를 빠짐없이 거론하며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고 북한 주민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보수 세력의 대결적 태도와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3대 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비판돼야 한다”면서도 “북한 정권을 상대로 대화해야 할 정부와 정당이 이를 공격적으로 비판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라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특위는 통합진보당의 강령인 한·미동맹과 미군철수, 재벌해체론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혁신안 중 한·미동맹과 관련해 “동북아 안보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 부분이나, 재벌해체론에 대해 “재벌은 해체의 대상인가 아니면 개혁하되 기업 집단으로 적절히 통제해야 할 것인가”를 거론한 대목 등은 재검토 요청이 단순히 당 밖의 오해를 피하기 위한 수준 이상임을 짐작케 한다.
혁신안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대중적 진보정당 전략과 관련해 최우선 과제로 거론된 것은 정파주의 종식이다. “통합진보당 내의 정파는 정책과 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엄밀한 의미의 정파라기보다는 지역 연고 인맥을 중심으로 결집된 파벌에 가깝다” “당내 대중 정치인들이 국민에 대한 책임의 정치보다는 자파 당원을 향한 신념의 정치에 주력하게 만들고 말았다” 등 혁신안에 담긴 정파주의 비판은 매우 신랄하다.
그동안 진보정당의 자랑처럼 여겨지던 진성당원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안은 “현재 당의 진성당원제는 정파의 권력 장악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공격했다.
또 “공직선거 비례후보 선출시 정파동원 선거로 변질될 수 있는 경쟁명부 방식을 전면 폐지하고, 당의 전략적 필요와 판단에 따라 후보를 공천하는 전략명부 방식으로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혁신안에는 진보적 가치에 대한 재정립 필요성도 언급됐다. 특히 “생태를 진보적 가치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특위는 노동 부문과 관련해 “민주노총 중심을 탈피해 비정규직, 영세노동자, 미조직노동자 등 소외된 다수 노동계층을 위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20, 30대 청년들의 지지가 관건”이라며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정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완성된 결론이 아닌 당원들에 대한 제안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곧 전개될 당직선거에서 열띤 토론과 생산적 논쟁이 이뤄지길 기대하며 이 보고서가 하나의 기준이자 의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