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경제 위기 논의] 주요국 정상, 엇갈린 입장
입력 2012-06-18 19:18
‘발등에 불’ 伊·스페인 총리, 메르켈에 “돈줄 풀어라” 압박
오바마도 외교력 시험대 올라
주요20개국(G20) 정상들이 18일(현지시간) 7개월 만에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다시 모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프랑스 칸 정상회의 때와 세계경제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오히려 더 강도 높게 확산돼 발목을 잡고 있다. 달라진 것은 주요국 정상들의 입지다. 그간 유로존의 주요국 정권이 줄줄이 교체된 데다 그리스를 넘어 스페인과 아탈리아까지 위기가 확산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메르코지 연합’이 논의를 주도했던 당시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이번 회담에서 누가 정책 주도권을 펼지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메르켈, 긴축 입장 고수할까=전 세계 이목은 유로존 돈줄을 쥔 메르켈 총리에게 쏠려 있다. 그는 지난 14일 의회 연설에서 “부채를 늘려 성장을 추구하는 미봉책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독일과 보조를 맞춰 왔던 프랑스에서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사회당 정권이 등장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금융안정협약을 통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을 감독하고 다음달 출범하는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은행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며 독일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자국 국채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7%에 육박하는 위기 상황에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독일의 적극적인 행보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페인이 지난 9일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프랑스가 주도하는 긴축 반대 노선에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험대에 오른 오바마, 느긋한 후진타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로존 위기와 시리아 폭력사태 악화라는 양대 난제 속에서 미국의 역할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선을 치러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유로존 위기가 미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지원할 여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시리아 사태 해결은 러시아가 발목을 잡고 있다.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지만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에 등을 돌릴 가능성은 낮다. 유엔 시리아 휴전 감시단이 지난 16일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오바마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후 주석은 멕시코 레포르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불안한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있도록 G20이 공동 노력해야 한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