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순례자] (40) 물 그림자

입력 2012-06-18 18:27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에 비친 산, 나무, 숲

신비하고 순결하다.

평화롭다.

거울이 된 맑은 호수

산, 나무, 숲은 비추인다.

거짓 없이 비추인다.

어디선가 나타난 물벌레 한 마리

물결을 가른다.

호수에 비친 산, 나무, 숲

파문이 인다.

다시 고요해진 호수

위엣 것들을 비추인다.

그 모습 보며

심호흡 해 본다.

주님 말씀에

내 모습, 사람들 모습,

세상이 비쳐진다.

호수에 비친

나무, 숲, 산처럼

신비하지도, 순결하지도

평화롭지도 않다.

악하고 누추하다,

마음에 파문이 인다.

눈을 감는다,

눈을 돌린다.



호수에 비친 산, 나무,

숲이고 싶다.

아름답고 순결하고 싶다.

다시

마음 속 깊은 곳

맑고 고요한 평화

깃든다.

그림·글=홍혁기 목사(천안 낮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