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잔류 선택한 그리스] 연정 구성→돈줄 쥔 트로이카와 재협상 등 ‘첩첩산중’

입력 2012-06-18 23:24

그리스 국민들은 재총선에서 결국 안정적인 카드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를 선택했다. 이로써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권력을 분점했던 양대 거대 정당에 다시 한번 ‘구제금융 그리스’호(號)를 이끌 기회가 주어졌다. 한숨 돌리게 된 유로존은 그리스에 구제금융 조건 완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연정 구성, 일단은 청신호지만=총선에서 1위를 한 보수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는 총선 다음 날인 18일(현지시간)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3위를 한 중도 좌익의 사회당과 연정구성 논의에 들어갔다. 사회당도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사회당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날 회동은 사회당이 공동정부 구성에 참여할지 의회 투표 활동을 통해서만 지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의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당수는 연정 구성에 찬성하면서도 신민당, 사회당, 민주좌파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등 4당이 참여하는 대연정 구성을 제안한 상태다. 베니젤로스 당수는 “이런 국가적 통합 없이는 어떤 결정도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자가 불참하면 3당만의 연정 구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그리스 언론들이 전했다.

◇구제금융 조건 완화 시사했지만=새 정부에는 유로존 동료 국가들의 지원도 약속된 상태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유로존은 그리스가 경제적 도전을 위해 진행하는 노력을 지지하겠다”며 구제금융 조건 완화 뜻을 분명히 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유로존이 그리스에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 시한을 늦춰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이 금리 추가인하, 상환기간 연장, 그리스 공공부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유럽개발은행(EIB)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리스가 이번 선거로 추락 위험에서 잠시 벗어나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기 정부와 그리스 구명줄을 쥐고 있는 트로이카 즉 유럽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과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구제금융에 가장 우호적인 신민당조차 실업률 22%의 만신창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혹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목표 자체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정부 구성이 완료되면 채권단과 신정부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고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