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마렵네” 한밤중에 벌떡… 중·장년 남성들의 잠을 훔치는 ‘야간배뇨’
입력 2012-06-18 17:36
우리나라 40세 이상 남성의 65%가 ‘야간뇨’ 증상 때문에 불편을 겪으면서도 치료를 소홀히 해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회장 이규성)는 대한비뇨기과학회와 공동으로 2010년 한 해 동안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5대 도시의 40∼69세 성인 남성 1842명을 대상으로 야간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줌이 마려워 밤에 잠을 깬 적이 있는 경우가 무려 65%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8일 밝혔다.
야간뇨 경험 비율은 40대의 57.3%, 50대의 64.5%, 60대의 77.8% 등과 같이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야간뇨를 병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의 하나로 인식,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인 이규성 회장은 “실제 이번 조사결과 야간뇨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약 75%가 비뇨기과 전문의 등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치료가 가능한지 몰랐기 때문인 경우가 10명 중 약 8명(7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왜 병원에 가 볼 생각을 안 했느냐는 질문에 ‘야간뇨를 노화와 같은 자연적 현상으로 생각했다’는 응답과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라는 사실을 몰라서’라는 응답이 각각 63%와 16%를 차지한 것.
야간뇨는 가장 흔한 배뇨장애 증상으로, 수면 중 1회 이상 깨어 소변을 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립선비대증과 과민성방광, 전립선염 등이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야간뇨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배뇨 계통의 이상으로 유발된다는 뜻이다. 삼성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는 “병적인 야간뇨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숙면을 방해해 직장 및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심지어 우울증을 일으키기까지 해 더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야간뇨 경험자 가운데 야간뇨로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는 비율은 56.1%로 2명 중 1명꼴이다. 배뇨 때 통증이나 불편감 등으로 괴롭다는 응답자도 31.9%에 이르렀다. 이는 결과적으로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게 마련. 야간뇨 환자 중 17.8%는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인의 우울증 비율(8.1%)보다 배 이상 되는 수치라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야간뇨는 성생활의 빈도 및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야간뇨 환자 중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경우는 45.7%로 절반도 채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명 중 1명은 발기부전 증상까지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야간뇨는 수면 중에 일어나 화장실을 찾게 만들기 때문에 노인의 경우 낙상으로 인한 골절 부상 위험도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야간뇨 환자 중 지난 1년간 1회 이상 골절 부상을 겪은 경우는 6.1%로, 이 역시 정상인의 3.6%보다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일반인의 야간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자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는 18∼30일 제6회 골드리본 캠페인을 전국 140개 주요 종합병원에서 전개하기로 했다. 학회는 ‘잠을 훔치는 야간배뇨 이제 그만!’이란 표어를 내걸고, 각 병원 비뇨기과를 찾는 성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야간뇨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배뇨장애를 극복하는 방법도 알릴 계획이다.
야간뇨 증상을 주로 일으키는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염, 과민성방광은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약물 치료만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레이저와 내시경을 이용,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