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이제 여덟 살인데 벌써 2차 성징이… 성조숙증 급증 잘못된 식습관·비만 탓 성장판 일찍 닫혀
입력 2012-06-18 17:39
한국 어린이들 가운데 성조숙증 환자가 급증, 조기 발견 및 치료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인제대 의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사진) 김신혜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병원에서 성조숙증 확진 후 치료를 받은 어린이(만 9세 미만 여아와 10세 미만 남아)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7년간 무려 1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조사결과 이 기간 중 성조숙증이 의심돼 한 번 이상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 어린이는 4만6000여명이고, 이 중 성조숙증 확진을 받고 이른바 ‘사춘기 지연제’ 치료를 받은 어린이는 8268명이었다. 성조숙증은 특히 남아보다 여아에게서 심했다. 최근 7년간 성조숙증으로 치료를 받은 남아는 231명에 그쳤지만 여아의 경우 8037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아의 경우 성조숙증이 가장 많이 나타난 시기는 만 8세 무렵이었다.
박 교수는 “영양 상태가 좋아 신체 발달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는 단순 조기 사춘기를 제외하고, 병적으로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진성 성조숙증 환자들만을 가려낸 것이 이 정도에 이르므로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한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조숙증이란 주로 2차 성징이 만 8세(여아) 또는 9세(남아) 미만 시기에 일찍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성조숙증 어린이들은 신체 발달을 정신적 성장이 미처 따라잡지 못하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 신체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엔 성호르몬 영향으로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가 오히려 작아지고, 평생 성호르몬 노출기간도 길어져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식습관 변화와 비만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에다가 TV 시청, 인터넷 이용 등을 통한 성적 자극 노출 요인이 많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 교수는 “사춘기 지연 치료를 받아야 할 성조숙증 어린이가 조기 발견 기회를 놓쳐 제때 치료를 못 받게 되면 여러 후유증을 겪을 우려가 높다”며 “아이들에게서 2차 성징이 너무 어린 나이에 나타났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병적 성조숙증을 의심,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감별진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