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정용] 미사일 개발 단절의 교훈
입력 2012-06-18 18:25
우리가 자체 개발한 탄도미사일(현무-Ⅱ)과 순항미사일(현무-Ⅲ)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현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국가 안보의 든든한 수호신 역할을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국산 미사일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1년부터다. 1969년에 발표된 닉슨 독트린이 도화선 역할을 했다.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역할 축소로 인해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국산 미사일은 당시의 이런 안보 상황과 맞물리면서 전략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최초의 국산 탄도미사일인 백곰(현무 미사일 전신)은 1974년에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되어 5년여 개발 끝에 1978년 9월, 성공적으로 날아올랐다. 세계 7번째 탄도미사일 보유국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미사일 개발은 곧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1979년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우리가 개발하는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180㎞로 제한된 것이다. 1982년에는 국방과학연구소의 관련 업무 전담 개발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해당 연구 분야에 종사했던 연구원 일부가 연구소를 떠나는 상황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미사일 개발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것은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을 겪고 난 1984년부터다.
어떠한 개발 사업도 가다가 중단하면 결국 손해로 이어진다. 단지 금전적인 측면만 그런 것이 아니다. 기술 축적의 단절, 연구 인력의 해산 등 자칫하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다행히 국산 미사일은 그러한 굴곡에도 불구하고 현무로 재탄생되었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한 우리의 전자기술과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집중적인 지원을 한 덕분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그러한 굴곡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안보와 직결된 방위산업은 그 부침이 국가안보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정적인 성장이 요구된다. 사업과 예산 계획의 잦은 변경은 장비와 인력의 안정적 운영을 곤란하게 하고, 품질의 안정성 역시 떨어뜨린다. 정책의 안정성 외에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것도 안정적인 방위산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방위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반면 국방예산은 한정되어 있어 안정성 유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산 수출은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어 후속 군수지원 등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 즉 방산 수출은 방위산업의 안정성을 위한 적극적인 방법인 셈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각국의 방산 수요가 당분간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방위산업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고, 국가안보를 보다 튼튼하게 하는 첩경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마터면 빛을 보지 못했을 현무 미사일이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이다.
이정용(방위사업청 기획조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