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 위기, 그리스의 급한 불은 껐지만

입력 2012-06-18 18:24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 그리스에서 17일 치러진 재총선에서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공약한 신민당이 1위를 차지했다. 신민당은 의석수에서 3위를 차지한 사회당과 연정을 꾸릴 경우 정원 300석인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며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의석수에서 2위에 그쳤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그리스 국민이 유럽을 향한 길과 유로존 잔류를 선택했다”면서 “더 이상 모험은 없다”고 선언했다. 1차 총선 이후 연정 구성을 위해 전제조건을 내걸었던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도 “정부 구성을 하루라도 지체해선 안 된다”고 신민당에 협력할 것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식시장이 18일 일제히 급등한 것은 그리스 재총선 결과를 호재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는 국가 부도와 유로존 이탈이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던 그리스가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끈 것일 뿐이다. 그리스는 최단시간 안에 연정을 출범시키고, 정부 정책에 반대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시리자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과의 구제금융 이행조건과 관련한 논의에도 성실히 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그리스 국민과 모든 정당이 사익(私益)을 버리고 국익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다. 더 이상 꾸물대다가는 파국을 맞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유럽 위기가 그리스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훨씬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고,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3차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한다. 가계·국가 부채 급증, 불황형 무역구조 등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