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주먹구구 설치… 혈세 6411억 물쓰듯
입력 2012-06-17 19:30
지방자치단체가 구제역 파동이 일었던 2010∼2011년 당시 가축을 매몰한 지역에 별도의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상수도시설을 설치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토양·지하수 환경 보전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가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구제역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소·돼지를 파묻은 지역에 상수도 관망을 설치하는 데 총 6411억원의 사업비(국고 포함)를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의 급수 인구는 23만3000명으로 1인당 약 275만원이 소요된 셈이다.
급수 인구 1인당 소요비용이 500만원을 넘는 지역도 38곳이나 됐다. 경기 동두천, 강원 춘천·양양, 충남 천안·홍성·예산·당진 등 11곳은 1인당 사업비가 1000만원을 넘었다. 충남 아산은 주민 102명에게 62억원을 투입해 1인당 6000만원 꼴의 비용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산속의 한 축산 농가에 물을 공급하려고 수㎞의 관망을 설치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소규모 주민이 거주하는 매몰지의 경우, 100m 이하의 땅속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활용하는 마을상수도나 소규모 급수시설을 이용하면 상수도관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면서 “일괄적 상수도 설치로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지하수 수질보전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응답이 33.3%로 가장 많았다. ‘상수도 공급이 타당하다’는 의견은 ‘마을 상수도 등 소규모 급수체계가 적절하다’는 답변과 동일하게 17.9%에 그쳤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