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룰 전면전] 정몽준 “경선관리 의구심… 박근혜 빨리 출마선언하라”

입력 2012-06-17 21:55


대선 경선 룰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친박근혜 성향의 지도부와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황우여 대표는 16∼17일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를 만났지만 소득이 없자 18일 최고위원회 산하에 경선 룰 협의기구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혔다. 비박 주자들의 별도 논의 기구 설치 주장을 거부한 것이다. 반면 황 대표와의 면담을 보이콧한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해 비박 주자들은 경선 등록을 거부한 채 지도부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친박계에서도 윤상현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비박계 주장에 반격을 가했다.

비박 진영 대선주자인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17일 당내 경선 룰 갈등과 관련, “황우여 대표가 공정한 경선관리인이냐는 데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는 “빨리 대선 출마 선언을 하라”고 압박했다. 정 전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 본인이 소신 있게 하면 되는데 아직은 여건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친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의 갈등 조정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황 대표가 전화로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요청한 데 대해 불쾌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당 대표라는 분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구심을 받는데, 그것(후보 등록)을 하나의 요구조건같이 말하니까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며 “하든 안 하든 후보 본인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황 대표와 비박 주자들의 면담에 대해 “어제 황 대표와 통화할 때 ‘황 대표를 따로 만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위원장이 국민이나 대선후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황 대표가 박 전 위원장을 포함한 대선주자 모임을 주선하겠다고 했는데 모처럼 소신 발언을 했다”며 “국민들은 (박 전 위원장에게) 더 많은 국민과의 소통, (다른 대선) 후보와의 토론 이런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회견에서 과학기술 분야를 전담하는 부처 신설을 골자로 과학기술 분야 대선 공약도 발표했다. 그는 “임기 5년 동안 과학기술의 초석을 놓겠다”면서 “예산 배분 역할에 그치는 현재의 과학기술위원회를 대통령이 위원장이 돼 과학기술 분야의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실질적 사령탑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주항공 분야의 관련 연구기관을 통합해 대통령 직속 ‘항공우주개발청’을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소개했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체제 강화’ ‘중견·중소기업의 과학기술 분야 참여 개방’ ‘세계적 과학자 100인 육성 프로젝트 추진’ 등의 비전도 제시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