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 투표, 혼돈속 긴장감… 국민 상당수 “둘 다 싫다”
입력 2012-06-17 19:18
이집트 대통령 선거가 ‘의회 해산’이라는 극심한 혼돈 속에 막을 올렸다. 이번 선거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치러지는 역사적인 대선이다. 하지만 군사정권의 마지막 총리와 이슬람주의자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정정 불안의 암운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이틀간 치러지는 대선 결선 투표가 시작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당선자는 오는 21일 공식 발표된다.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나온 유권자들이 긴 줄을 이뤘다. 군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국 투표소에 40만명 이상의 군경을 배치했지만, 투표는 별다른 충돌 없이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집트 대통령선거관리위원회는 오전 8시부터 3시간 동안 출구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선 1차 투표와 비교해 투표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차 투표율은 46.2%였다.
모하메드 모르시 자유정의당 후보는 이날 투표소에서 “이집트 국민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선택했다”며 “우리는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르시는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낸 후보로 13명이 경쟁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공학도 출신인 그는 1995년 처음 이집트 하원의원이 됐으며, 2005년에는 개혁주의 판사들을 지지한 혐의로 수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다.
모르시와 맞서는 아흐메드 샤피크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로 공군 사령관 출신이다. 샤피크는 1차 투표 당시 시위대에 봉변당한 것을 의식한 듯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투표소에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마치 무바라크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집트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둘 다 싫다”는 분위기다. 한 유권자는 “이슬람주의자가 싫지만 샤피크가 더 싫어 모르시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내 기독교인들은 모르시가 정권을 잡으면 종교 박해를 받을 것을 우려, 마지못해 샤피크를 지원하고 있다. 둘 중 누가 되더라도 사회적 안정이 요원하다는 점 역시 유권자들의 불안 요소다. 모르시가 당선될 경우 군부는 정권 이양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부의 지원을 받는 샤피크가 대통령이 되면 ‘무바라크 정권’ 시절로 회귀할 게 뻔하다. 제2차 시민혁명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군부는 지난 14일 헌재 결정을 따라 의회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무슬림형제단은 “국민투표를 통해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에 따르면 의회 해산 결정은 이미 실행에 옮겨져 사전 허가 없이는 의원들의 의사당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