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민정책 ‘대선 승부수’… 히스패닉계 표심잡기, 롬니 압박 효과도 노려
입력 2012-06-17 19:19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 지지’에 이어 이민정책을 새로운 대선 승부수로 던졌다. 15일(현지시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30세 이하의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 조치를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민을 위해서 해야 하는 올바른 정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치권은 선거판세를 바꾸고 히스패닉(남미계 주민) 표심을 겨냥한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방침을 읽고 있다.
오바마 대선캠프는 최근 잇단 악재로 큰 곤경에 처했다. 실업률의 8.2%대 증가, 위스콘신 주지사 소환선거 패배, 출구를 못 찾는 유럽 경제위기 등에다 “민간 분야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는 오바마 자신의 실언까지 겹쳤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가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 증거들”이라고 파상공세를 펼쳤고, 맹추격전을 전개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스윙스테이트(경합 주)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네바다 콜로라도 버지니아주 등에서 오바마와 롬니 후보와의 격차가 한 달 새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자 정책은 오바마의 ‘양수겸장의 카드’로 볼 수 있다. 우선 경합 주에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히스패닉에게 자신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고, 이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의 80%가량이 히스패닉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롬니 후보에게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롬니는 불법 체류자 추방을 주장하는 등 공화당 보수파의 이민정책을 지지해 히스패닉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고 있다. 오바마의 전격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 중단 발표로 롬니는 히스패닉을 의식해 반이민자 정책을 완화하든지 아니면 기존 공화당의 노선을 고수해 히스패닉들과 더욱 소원해지는 고통스런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