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부모’는 줄었지만… 어린이 정서학대 10년새 8배 늘어
입력 2012-06-17 19:16
지난 10년간 아동학대의 유형이 신체·성적학대 등 물리적 학대에서 폭언·감금 등의 ‘정서학대’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학대는 아동 성장에 극심한 영향을 끼치지만 눈에 띄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7세인 A양은 집에서 도망쳤다. A양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이틀에 한 번 꼴로 폭행하며 A양까지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리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이웃의 신고로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진 A양은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B군(4)은 결벽증이 있는 아버지에게 수시로 호통을 들었다. 밥이나 간식을 먹다 조금이라도 흘리면 어김없이 욕설이 쏟아졌다. 장난감을 어지러뜨렸을 땐 불 꺼진 방에 감금되기도 했다. 도를 넘는 폭언과 잦은 감금에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던 B군은 이웃 주민의 신고로 지난 4월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다.
그동안 신체학대에 가려 인식하지 못했던 정서학대 피해아동이 10년 새 8배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11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양육자가 언어·정서적 위협을 가하는 정서학대는 2001년 114건에서 2011년 909건으로 급증했다. 정서학대를 포함해 신체학대·성학대·방임·유기 등이 함께 발생한 중복학대는 같은 기간 192건에서 3312건으로 17배 뛰었다.
전문가들은 큰소리를 내거나 아이 앞에서 잦은 부부싸움,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 아이를 데려가는 정도로도 아이가 두려움과 불안증세를 느낀다면 정서학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17일 “아이가 정서학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심각한 우울증을 보일 뿐 아니라 잦은 거짓말, 낮은 학업성취도,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게 된다”며 “이후 또 다른 가정폭력의 행위자가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Key Word - 정서학대
보호자나 양육자 등이 아동에게 행하는 욕설 등의 언어·정서적 위협을 말한다. 아동을 감금하거나 밥을 못 먹게 하는 등의 가학행위도 포함된다. 신체학대에 비해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아 더욱 유의해야 한다. 오는 8월 5일 시행되는 개정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정서학대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