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홍순영] 제4의 물결은 상생협력

입력 2012-06-17 19:08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역저 ‘제3의 물결’에서 인류가 정보화 혁명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하였다. 토플러는 농경기술 발견 이후 1만년을 ‘제1의 물결’, 산업혁명 이후 300년을 ‘제2의 물결’ 시대로 규정하였다. 제1의 물결은 유목 수렵인을 정착농민으로 바꾸었다. 제2의 물결은 농민을 공장 근로자로, 제3의 물결은 IT를 통해 지역지구인을 세계인으로 바꾸고 있다.

토플러는 최근 저서 ‘부의 미래’나 각종 인터뷰를 통해 ‘제4의 물결’은 생명공학과 우주산업의 결합이라고 했다. 또 속도와 공간혁명이 지배적 문명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후 많은 미래학자들은 각기 다른 제4의 물결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녹색혁명, 지식혁명, 유통혁명, 정신혁명 등이 그것이다. 분명한 것은 제4의 물결은 인류가 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하는 흐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제4의 물결은 경제주체 간의 상생, 공생, 협력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난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렸던 국제중소기업학술대회인 제57차 ICSB 총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중소기업이 협동, 창의, 지속가능성을 통해 첨단을 선도하며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서자(Leading from the Edge: Collaboration, Creativity, Sustainability)’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각종 중소기업 관련 국제회의에서의 주제였던 혁신, 기술, 창업, 속도, e비즈니스 등과는 다른 변화였다. 최근까지 기업성장, 나아가서는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주요 요소인 협력, 상생, 공생은 국제회의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ICSB 총회를 비롯한 최근 중소기업 관련 국제회의에서는 상생협력의 문제가 주요 주제의 한 축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제주체, 특히 기업 간의 공생을 위한 상생협력 모색이 어느 한 지역이나 국가의 과제가 아니라 지구촌 모두의 과제가 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해 최근 남유럽 글로벌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보다 본격화되고 있다. 무한경쟁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던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반성이며, 시장경제를 더욱 보완·발전시키기 위한 경제사회와 인류문명의 새 흐름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시작돼 세계로 확산되었던 탐욕 금융자본주의 반대운동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도한 대립과 불균형을 벗어나 협력과 공정 추구를 통해 자본주의를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 경제는 향후 더욱 다양해지고 더욱 빠르게 변화해 나갈 것이다. 이는 경제주체 간 협력과 공동 대응 없이는 생존발전이 어려움을 뜻한다. 이 경제주체에는 개인,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지역사회, 국가, 경제블록을 망라한다. 지구촌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어떠한 형태와 방법이든지 상생협력을 하고 공생발전을 모색할 때 함께 풍요와 평안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는 공정경쟁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와 상충되지 않는다. 자유시장경제를 더욱 성숙시키고, 세계경제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다.

지금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제4의 물결인 바이오혁명, 시간과 공간의 혁명, 녹색혁명, 지식혁명은 경제주체들이 상생협력을 하면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성공적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지구촌인 모두는 공동체 세계인으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상생협력을 통한 공생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제4의 물결의 하나가 되고 있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