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國歌
입력 2012-06-17 19:08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1792년 프로이센의 알자스 침공을 받기 직전 작곡됐다. 군대를 단결시킬 곡을 만들어 달라는 스트라스부르 시장의 부탁을 받고 공병 장교인 루제 드 릴이 당일 가사와 곡을 썼다. 원래 곡명은 ‘라인 군을 위한 독전가’였다. 이후 루이16세의 튈르리 궁을 공격한 마르세유의 공화파 민병대가 처음으로 거리에서 이 곡을 불러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1795년 프랑스 의회 훈령에 따라 국가로 지정됐지만 나폴레옹 치하와 왕정복고기에 국가 자격이 박탈됐다가 1830년 7월 혁명 때 복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국 국가인 ‘별이 빛나는 깃발’도 전쟁 중에 탄생했다. 영미 전쟁 당시인 1814년 법률가인 프랜시스 스콧 키가 영국 함대의 맥헨리 요새 포격을 지켜본 뒤 노랫말을 썼다. 협상을 위해 영국군 진영에 갔다가 억류돼 있던 그는 밤샘 폭격 다음날 새벽에도 성조기가 건재한 것을 보고 감격해 시를 썼다. 하지만 곡조는 전쟁 상대였던 영국인이 작곡한 것이었다. 원곡인 존 스탠퍼드 스미스의 ‘천상의 아나크레온에게’는 고대 그리스 서정시인 아나크레온을 찬양하는 일종의 축배가였다. 이 노래는 1931년 의회 결의로 정식 국가가 됐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가주의가 대세를 형성했던 19세기 들어 국가 주도로 제작됐다. 일본의 기미가요는 9세기 헤이안 시대 시에 1880년대 궁내성 악사였던 하야시 히로모리가 선율을 붙였다. 하지만 현재 곡은 대한제국 국가를 작곡했던 독일인 프란츠 에케르트가 작곡자다. 북한의 ‘애국가’도 김일성 지시에 따라 1947년 월북시인 박세영이 작사하고 광산 노동자 출신 김원균이 작곡한 곡을 국가로 채택해 헌법에 명시했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우리나라에 법으로 정한 국가가 없으며, 애국가를 부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게 발언 요지로 알려져 있다. 많은 국민들이 애국가를 국가로 받아들이고 있고 2010년 대통령 훈령인 국민의례규정에 따라 법적 근거를 부여받았는 데 애국가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북한처럼 굳이 헌법에 명시해야 수용하겠다는 주장이라면 매우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의례 때 애국가를 부르지 말자는 게 본뜻이라면, 버젓이 국가를 정해놓고도 대내 행사에서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우선적으로 부르는 북한 체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지 궁금하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