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운명의 재총선] 유로존에 남느냐 떠나느냐… 세계가 조마조마

입력 2012-06-17 23:44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 그리스의 재총선 투표가 17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이날 오전 7시에 시작된 선거는 오후 7시(한국시간 18일 오전 1시)에 종료됐다. 공식 선거 결과는 투표 종료 몇 시간 후 발표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번 선거에는 그리스 전체 국민 1100만명 중 1000만명 정도가 투표권을 가졌다.

◇40년 만에 가장 중요한 투표=AP통신은 “이번 선거는 그리스 정부와 국민들에게 40년 만에 가장 중요한 투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 결과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이다.

긴축안에 찬성하는 안토니오 사마라스 신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늘 그리스 국민들이 말한다. 내일은 그리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긴축에 반대하는 극좌파 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오늘 우리가 역사를 바꿀 것”이라고 외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선거는 그리스인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고,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시리자를 뽑으면 유로존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만약 긴축안에 반대하는 정당이 당선된다면 우리는 지불을 중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승자 나와도 연정 구성 어려워…정국 혼란 불가피=신민주당과 시리자의 지지율은 백중세인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2주 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신민주당의 지지율은 22.7%로 시리자의 22%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AP통신은 “어느 정당도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스 의회는 전체 300석 중 250석은 투표로 선출하며, 나머지 50석은 지지율 1위 정당에 돌아간다. 지난 1차 선거에서는 신민주당이 18.8%의 지지율로 108석을 얻었고, 시리자는 16.8%로 52석을 확보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중도 우파인 신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도 새 정부는 결국 유럽 지도자들과 기존 구제금융 합의안에서 약속한 긴축 프로그램 조건을 두고 다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새 협상이 최소 몇 주에서 몇 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선거에서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3차 총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투표 전날 화재로 어수선=총선을 하루 앞둔 16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야산에 큰 불이 발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소방대원 260여명과 소방차 113대, 소방헬기 등이 동원됐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때문에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스 당국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크로아티아 등 이웃 국가에 물대포 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불로 아테네 남동쪽으로 40㎞ 떨어진 마을인 케라티와 팔라이아포카이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스 당국은 이 두 곳에서 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개표는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