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출마 선언] 文 “네 편 내 편 없는 ‘우리나라’ 대통령 되겠다”
입력 2012-06-17 21:50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17일 “소수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이 주인이고,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고 함께 가는 진정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 고문은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서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정치와 거리를 둬 왔지만 암울한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릐‘노무현의 그림자’를 넘어=문 고문은 ‘불비불명(不飛不鳴·큰일을 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다)’이라는 고사성어를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보통사람들은 날지도 울지도 못하는 새였다”며 “이제 몸을 일으켜 날아야 한다. 당당하게 말하고 정치에 참여하라”고 호소했다. 문 고문은 “국민 모두가 아프다”며 “이는 약자의 고통에 관심 없는 정부, 부자와 강자의 기득권을 지켜주기에 급급한 정치가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앗아가 버렸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출마선언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역사상 최악의 정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고문은 대선공약으로 분배와 재분배 강화, 인적자본 투자 강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남북한 및 국경을 넘는 협력적 성장 등 4대 성장전략을 내걸었다.
친노무현계 대표주자인 문 고문은 민주당 내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다. 노풍(盧風)의 진원지인 부산·경남권의 지지를 기반으로 깨끗한 이미지가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육군 특전사,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점도 대중적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문 고문 측은 지역적으로는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경남과 민주당 아성인 호남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이념적으로는 시민사회 등 진보세력과도 통하는 그가 여권 대선후보에 맞설 최적의 카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친노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대선후보로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문 고문은 기자간담회에서 “친노와 비노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데 친노라 불리는 사람들의 책임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반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문 고문 측은 국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수업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문 고문은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반드시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6자회담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어쨌든 타결됐기 때문에 이행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없애거나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릐출정식 이모저모=출정식에는 정치인과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 문희상 김태년 유기홍 홍영표 김현 도종환 박남춘 박범계 배재정 서영교 전해철 의원, 백원우 전 의원,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노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문 고문 후원회인 ‘문풍지대’는 노란색 바탕에 ‘문풍지대’라고 쓰인 깃발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문 고문은 부인 김정숙(57)씨, 아들 준용(30·시간강사)씨와 함께 독립문 앞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아버지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30대 주부인 딸은 단상에 오르지 않았다. 문 고문은 저녁 경희대에서 열린 ‘스피치 콘서트’에서 “딸은 독립공원에서 출마 선언할 때 군중 속에 있었다”며 “오늘도 이 자리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믿는다. 찾지 마시고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고 말했다.
엄기영 유동근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