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출마 선언] “출마선언 장소부터 차별화로 대중에 어필하자” 野 잠룡 ‘상징성’ 찾아 출사표

입력 2012-06-17 18:50

2007년 당시 야권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여권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여의도 CCMM빌딩에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기자회견 형식의 출정식으로 장소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5년 후 18대 대선에 도전하는 ‘잠룡’들은 출마 선언 장소 선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체성과 노선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출마 선언 장소를 활용해 대선 출정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17일 일제시절 악명 높은 감옥이 있던 장소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문 고문 측은 “이 자리는 애국, 민주, 헌신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974년 문 고문이 민주화 운동으로 4개월간 수감됐던 서대문 형무소가 위치했던 자리라는 의미도 있다.

문 고문은 출마 선언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 온라인에 미리 녹화한 테드(TED)형 출마 선언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실상 온라인 공간에서 먼저 출마 선언을 한 셈이다. 테드는 기술·엔터테인먼트·디자인(Technology·Entertainment·Design)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마이클 샌델 등 유명인들도 자신의 테드 동영상 강의를 온라인에 퍼뜨린 바 있다. 문 고문 측은 “출마선언문 동영상을 온라인을 통해 미리 공유한 것은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동행’이라는 문재인 정치를 실천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을 출마 선언 장소로 택했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고, 민생을 가장 잘 살핀 세종대왕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 여권 잠룡들은 민의의 상징인 국회를 선호한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이 잇따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만 모교이자, 자신이 ‘리더십’ 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대 경영대 SK관에서 지난달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