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운명의 재총선] 사마라스 “유로존 탈퇴 반대”-치프라스 “은행 국유화 공약”

입력 2012-06-17 18:48

그리스의 두 남자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61) 신민주당 당수와 알렉시스 치프라스(37) 시리자(급진좌파연합) 당수다. 둘 중 한 사람이 17일(현지시간) 실시된 재총선 결과에 따라 그리스의 앞날을 책임지게 된다.

사마라스와 치프라스는 그리스 긴축안에 대한 양당의 견해 차이만큼이나 다른 삶을 살아왔다. 사마라스는 1980년대 후반 보수 정치계의 이른바 ‘떠오르는 스타’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아테네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에서 유학했다. 애머스트대에서 경제학을, 하버드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귀국해서 26세에 국회의원이 됐으며 31세에 외무장관을 지냈다. 재무장관을 역임하는 등 국정 경험이 풍부하다. 약 10년간의 정치 공백기를 거치고 2009년 신민주당 당수가 됐다.

사마라스보다 24살이나 어린 치프라스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 고교 시절 정부의 교육 정책에 반발해 교실에서 점령 시위를 했다. 아테네대 토목공학부에 다닐 때도 학생 운동에 전념했다. 2006년 아테네 시장 선거에서 3위에 오르며 정치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 중이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등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을 요소를 갖췄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존경한다.

사마라스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긴축안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약 2년간 유예기간을 주장하고 있다. 유로존 탈퇴에는 강력히 반대한다. 반면 치프라스는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 은행 국유화와 공무원 감원 및 연금 축소 계획 철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애초 유로존 탈퇴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태도를 바꿨다.

긴축안뿐 아니라 여타 정책에서도 두 사람은 입장을 달리한다. 사마라스는 이민자를 더욱 강력히 규제하길 원한다. 불법 이민자들로부터 그리스를 ‘수복’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이민 2세에게 시민권을 주는 법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치프라스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길 원하고,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관대한 입장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