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2] “축구가 유일한 희망”… 그리스, 러시아 잡고 8강행

입력 2012-06-17 18:45


“그리스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오늘 밤 국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길 바란다.”

그리스 국민들은 경제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17일 밤(한국시간) 치러진 재총선에도 국민들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있다. 바로 유로 2012에 나선 축구대표팀이다. 이런 기대를 선수들은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스 축구대표팀은 17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그리스는 1승1무1패 승점 4점을 확보하며 러시아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8강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결승골을 터뜨린 선수는 유로2004 우승 주역이었던 ‘노장 캡틴’ 요르고스 카라구니스(35)였다. 그는 전반 인저리 타임이 적용된 시간에 바실리스 토로시디스의 스로인을 이어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 안까지 파고든 뒤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슈팅수 5-25로 절대적인 열세 속에서 터진 이 ‘한 방’에 그리스는 8년 만에 유로 대회 8강에 올랐다. 카라구니스는 경제 위기로 신음하는 조국에 감격적인 승리도 안겨줬다.

카라구니스는 “유로 2004 우승했을 때와 같은 승리였다. 위기에 놓인 조국에 8강 선물을 안겨 더욱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전까지 탈락 위기였던 같은 조 체코도 이날 폴란드 브로츠와프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페트르 이라첵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 전까지 조 3위였던 체코는 승점 3점을 보태 2승1패 승점 6점으로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지난 9일 러시아에 1대 4로 대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던 체코는 폴란드 전을 앞두고 중원의 지휘자 토마스 로시츠키마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경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 하지만 이라첵이 팀을 8년 만에 8강 진출로 이끌며 대반전의 결말을 맺었다. 이라첵은 그리스 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골로 조국의 영웅이 됐다. 반면 1차전에서 강적 체코를 대파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러시아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에 휩싸였다. 조 1위를 달리던 러시아는 이날 그리스에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그리스의 역습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러시아는 또 승자승 원칙에 눈물을 떨궜다.

개최국 폴란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안방에서 남의 집 잔치를 여는 신세로 전락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