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 사람 목숨보다 돈 몇 푼이 더 소중한가

입력 2012-06-17 18:39

시리아에서 유엔이 휴전감시단 활동을 잠정 중단시킬 정도로 폭력사태가 격화되고 있다.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의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하루에도 수십명씩 무고한 인명이 죽어나간다. 그럼에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의 후견자 노릇을 자처하는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개입에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서방의 군사개입 대비용으로 첨단 미사일시스템마저 시리아 정부에 공급했다고 한다. 러시아 같은 대국에 시리아에 무기를 팔아서 챙기는 돈 몇 푼이 그토록 소중한가? 잔혹한 인명 살상극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서방측과 정면충돌이라도 불사할 만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업체 로소보로넥스포르트의 총책임자 아나톨리 이사이킨은 시리아에 제공된 미사일시스템이야말로 “공중, 해상공격 모두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훌륭한 방어수단”이라며 “위협은 아니지만 누구든 시리아를 공격하려는 세력은 이 미사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시리아 무기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는 시리아에 수출한 모든 무기가 기본적으로 방어용으로 알 아사드 정부의 시위대 진압작전용으로는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시리아정부에 공격용 헬기를 공급했다는 미국의 비난에 대해서는 적법한 무기판매였을 뿐이라고 응수해 공급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시리아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기본 입장은 내부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옳은 얘기다. 그러나 잔혹한 유혈진압으로 인해 내전상황이 악화돼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판에 원칙적인 얘기만 읊조릴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프랑스의 주장처럼 국제사회가 무력개입이라도 해야 할 마당에 앞에서는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무기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 러시아가 이런 행태를 계속하는 한 세계 지도국 지위를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