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당한 대북 인식 드러낸 민주노총 책자
입력 2012-06-17 18:41
민주노총이 북한의 핵개발과 3대 세습을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통일 책자를 펴내 전교조 등 산하 조직에 판매하고 있다. 조합원 통일교육 교재인 ‘노동자, 통일을 부탁해’라는 책자는 북한을 이른바 ‘내재적 관점’에서 이해한 주사파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가 주장한 ‘북한을 북한 입장에서 이해하자’는 내재적 관점 이론은 학계에서도 폐기된 지 오래다. 낡은 이론에 근거해 종북세력의 주장을 여과 없이 게재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김정은이 후계자에 오른 것은 김정일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가장 훌륭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어안이 벙벙하다. 북한 이외에 할아버지-아버지-손자가 차례로 집권하는 국가가 지구 상 에 또 어디에 있는지 진정 모른단 말인가. 아무리 1인 독재체제라 할지라도 아들이나 손자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국가는 없다. 그래서 북한을 왕조체제라고 하지 않는가.
더욱 놀라운 점은 북의 핵개발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마치 북한의 대변자 같은 입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북한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개발을 선택했으며, 이 때문에 사회주의체제를 지켜올 수 있었다는 궤변을 아무 생각 없이 실었다. 북한이 숱한 도움을 받은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평화를 위협한 사실을 잊었는가.
민노총은 주사파적 관점의 통일 책자가 문제되자 ‘수구보수집단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망나니의 칼이자, 우리사회의 평화와 통합을 저해하는 폭력’이라는 성명을 냈다. 북한의 핵개발과 3대 세습을 비판하는 것이 평화와 통합을 저해하는 폭력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노동자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민노총의 역할을 모르지 않는다. 또 구성원 모두가 이 교재처럼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리라 생각지도 않는다. 따라서 민노총은 교재 내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수정하든지 아니면 배포를 즉각 중단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