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새’ 과학교과서 퇴출 관심 후끈… 교진추, 청원으로 삭제 잇달아

입력 2012-06-17 20:35


지난해 말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회장 이광원)가 국내 과학교과서에서 ‘시조새’를 빼야 한다고 청원(본보 2011년 12월 3일자 21면)하며 촉발된 진화론 교육 논쟁이 더 가열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은 국내외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행사는 ‘제1회 교과서 진화론 개정추진 학술포럼’으로 ‘진화론·교과서·세계관-교과서를 점령한 신다윈주의’라는 부제가 붙었다.

교진추는 이달 말 “‘화학진화론은 생명의 기원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3차 청원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화학진화론은 1930년대 구소련의 생화학자 알렉산드르 오파린이 처음 주장한 이론으로, 지구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생물체가 탄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진추 측은 국내 교과서에 실린 화학진화론이 실험 설계부터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실험실에서 아미노산 혼합물을 가열하는 것을 원시 지구의 환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교진추는 오는 9월 ‘생물계통수는 허구이다’라는 4차 청원을 내고 ‘인류의 진화’ 등에 대해서도 추가 청원을 내 진화론 방향 자체를 부정할 방침이다. 교진추는 ‘진화론 허상 알리기 운동’도 병행한다.

이에 대해 진화론 진영은 전방위적 공세에 나섰다. ‘시조새’ 삭제에 반대하는 청원을 최근 교과부에 내 맞불을 놓았다. 시조새 화석만으로 현대 조류의 기원을 설명하기 어렵지만 지금 공룡과 새의 가까운 관계를 풀이하는 근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과학계의 각종 이슈를 주도해 온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도 11∼15일 생물학 관련 과학기술인 회원을 대상으로 ‘과학교과서 시조새 관련 논란 설문조사’를 이메일로 진행했다. 설문은 15개 문항으로 구성됐으며 시조새 논란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대응 필요 여부와 추후 대응책 등을 묻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논란이 확산되자 과학교과서 인정 기관인 시교육청, 과학창의재단과 함께 교과서 수정 절차를 보완하기로 했다. 한겨레신문사는 지난 8일 ‘과학까지 넘보려는 기독교 창조론’이란 사설을 통해 기독교 비난에 나섰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의 관련 보도를 인용, 창조론 쪽 청원에 따라 교과서에 진화론 증거들이 삭제되고 수정되는 현실이 지금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150여년 전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한 뒤 과학계에선 진화론이 통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조새는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말은 발굽이 하나로 변하는 과정을 겪어 대표적인 진화의 상징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일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두 동물이 사라지게 됐다. 교진추가 시조새와 말이 생물의 진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삭제를 청원했기 때문이다.

교진추 이광원 회장은 “진화론 진영이 진화론의 근거들이 하나둘 삭제되자 기독교계가 창조론을 옹호하기 위해 일을 꾸몄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오류가 밝혀지면 진화론은 교과서에서 삭제돼야 한다. 이것이 우리 단체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