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中動의 예술세계에 빠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색 전시 ‘무브(MOVE)’ ‘추상화가 하종현 개인전’
입력 2012-06-17 17:54
한쪽에서는 격렬한 율동을 선보이는 춤 전시가, 다른 한쪽에서는 고요한 추상회화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그림 전시가 열린다. 정중동(靜中動)의 예술세계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1전시실에서는 ‘무브(MOVE):1960년대 이후의 미술과 무용’이, 제2전시실에서는 한국추상미술의 대표작가 하종현(77) 화백의 개인전이 8월 12일까지 진행된다.
2010년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 2011년 독일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 등의 순회전을 통해 주목받은 ‘무브’는 국내외 작가 20여명의 설치작품 등 35점을 포함해 미술사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영상 아카이브 자료 등 215점을 선보인다.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된 미술과 무용의 만남을 통해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몸짓’을 유도하는 열린 전시다.
전시에 참여하는 미국 안무가인 트리샤 브라운은 도시 광장이나 건물 주차장 또는 옥상에서 즉흥적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의 대표작 ‘숲의 마루’는 무용수들이 거꾸로 매달려 빙글빙글 도는 율동을 담았다. 무용수들이 문 앞에서 춤을 추는 아르헨티나 파블로 브론스타인의 ‘한국적 색채의 격조 높은 개선문’, 관람객 한 명이 52분간 혼자 감상하는 프랑스 홀보리스 샤마즈의 ‘극장-텔레비전’이 눈길을 끈다.
미국 윌리엄 포사이스의 ‘사건의 진실’은 천장에 매달린 체조 고리를 잡아당기거나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오브제 작업으로 관람객들의 참여가 있어야만 완성된다. ‘어디선가 항상 일어나는 해프닝들’ ‘매일 퍼포먼스’ ‘금토 퍼포먼스’ 등 관객들이 전시에 ‘접촉’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내 젊은 기획자와 아티스트가 협업한 퍼포먼스 ‘온 더 스팟(On the Spot)’도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원로작가 초대전’ 시리즈를 통해 개인전을 여는 하종현 화백은 50년 동안 단색 추상회화의 길을 걸어왔다. 캔버스 뒤쪽에서 물감덩어리를 밀어내는 방법으로 정적인 추상화를 만들어냈다. 초기작에선 흰색 물감을 많이 사용했으나 최근 들어 빨강 파랑 노랑 등 색깔 있는 물감으로 칠한 ‘원색의 접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이 신작들을 처음 공개한다.
그의 초기작 ‘접합’ 시리즈가 숙성되고 발효된 맛이라면 ‘원색의 접합’ 시리즈는 작가 표현대로 ‘만선(滿船)의 기쁨’을 노래하듯 울긋불긋 원색이 물결친다. 그는 “나이를 먹으니 화려한 색깔을 찾게 되고 또 눈에 들어온다”며 “1974년 시작한 ‘접합’ 시리즈 이후 내 작품에서 사라졌던 색을 40년 만에 되살렸는데, 이제 눈감기 전까지 색을 실컷 쓸 작정”이라고 말했다.
회고전에는 60년대 무채색 그림과 70년대 화판에 철조망, 용수철, 못, 밧줄 등을 잘라 붙여 시대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 작품도 출품됐다. 홍익대 회화과를 나온 하 화백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홍익대 미대 학장,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퇴직금으로 하종현미술상을 제정해 신진작가 지원에도 남다른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관람료 2000∼4000원(02-2188-60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