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연기·무대 완벽 하모니, 역시 명불허전!…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
입력 2012-06-17 17:31
2003년 초연 이후 9년째 미국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Wicked)’.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처음 아시아투어를 시작해 최근 한국에 상륙한 ‘위키드’ 공연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리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인 도로시가 등장하기 전 두 마녀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위키드’는 전 세계적으로 3000만명이 관람했다.
한국 공연에서도 연일 객석을 꽉 채우고 있으며, 공연이 끝나면 열렬한 기립박수가 터져 나올 정도로 인기다. 스토리, 연기, 무대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 이 뮤지컬의 장점이다. 막이 오르면 6m 크기의 공룡인 타임드래건이 휘황찬란한 불꽃을 내뿜고, 깜찍한 마녀 글린다(수지 매더스)가 공중에서 버블머신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관람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이 뮤지컬 원작자 그레고리 맥과이어는 마법학교 룸메이트인 두 마녀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 인물을 만들어내며,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초록 피부를 갖고 태어난 엘파바(젬마 릭스)는 외양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놀림의 대상이 된다. 정의롭고 용기 있는 그녀의 행동은 권력자의 선동과 군중들의 야유로 인해 곡해되고 만다.
악녀로 낙인찍힌 엘파바가 운명에 맞부딪쳐 자신의 삶을 열어가는 과정이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 기분은 뭘까?’ ‘선행의 결과’ 등을 열창하는 젬마 릭스의 가창력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진수를 만끽하게 한다. 특히 1막 마지막에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부르는 ‘중력에 맞설 거야’는 전율마저 느껴진다.
이에 비해 예쁜 외모와 상냥한 성격을 지닌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좌충우돌 코믹 연기로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글린다가 오즈의 시민들과 함께 부르는 ‘외로운 마녀의 죽음’, 헤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글린다와 엘파바가 합창하는 ‘널 만났기에’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뛰어난 작품성과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흥행 순항을 이끌고 있다.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뜻밖의 반전이 유쾌하다. 관람 편의를 위해 최신 LED 자막기 8대를 설치했다. 다만 공연장 무대 폭이 다소 좁아 스펙터클한 무대장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게 흠이다. 관람객들의 환호와 기립박수에도 불구하고 딱 한 번 무대인사로 그치는 커튼콜도 아쉽다. 5만∼16만원(02-6739-1394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