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으로 더 친숙하게 확 달라진 국악, ‘우리음악’으로 거듭나다… ‘여우락페스티벌’
입력 2012-06-17 17:31
국립극장 7월 3일부터… 막판 준비 비지땀
대중화는 국악인들에게 복잡한 문제다. 대중화란 말이 서구화 현대화 간소화를 의미하게 된 요즈음, 국악은 그 본령에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대중들로부터 멀어지기 쉽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멈춘 예술은 결국 소멸하게 마련. 3회째를 맞은 국립극장 기획의 국악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엔 이즈음의 국악인들이 안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약자. 안호상 국립극장장에 따르면 ‘국악’이 아닌 ‘우리 음악’이란 표현은 다분히 의식적인 것이다. 형식의 답습보다는 재창조 쪽에 무게를 담은 이름이고, 실제 연주팀의 면면도 이른바 ‘퓨전 국악’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재작년 4개 국악단체의 참여로 시작됐던 ‘판’이 커지면서 올해엔 13개 팀이 공연하고, 국악에 일천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음악인들이 참여한다. 국악계의 다양한 시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국립국악원의 상설공연과 비교해도 좋을 듯. 다음은 페스티벌의 주요 공연이다.
◇미연&박재천 듀오 ‘조상이 남긴 꿈’=한국 전통음악에 재즈를 접목한 즉흥 음악을 피아노와 퍼커션으로 공연한다. 판소리 명창 안숙선, 고수 김청만, 상쇠 이광수가 타악연주자인 박재천과 피아니스트인 그의 부인 박미연의 즉흥연주에 협연한다.
◇정가악회 ‘왕모래’=황순원 소설 ‘왕모래’를 ‘낭독음악극’이라는 생소한 형식으로 담아냈다. 거문고 피리 생황 대금 해금 가야금이 어우러진 서정적 음악과 낭독자의 낭송, 연극의 형식까지 어우러진 공연이다.
◇The광대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연희집단 ‘The광대’는 탈춤, 풍물, 남사당놀이 등 전통놀이에 현대적 극을 입힌 민속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타악과 사물놀이, 상모놀이 등 한국음악 특유의 박진감이 살아 있다.
◇이자람 ‘사천가’=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로 담아낸 공연. 소리꾼 이자람과 남인우 연출가는 “브레히트 희곡의 ‘거리두기’와 판소리의 서사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알바라도 하고 싶지만 뚱뚱한 여자는 아르바이트도 힘들어요. 국민소득 2만 달러인들 배고픈 건 여전하고요’ 등의 가사를 판소리로 풀어내는 식이다.
◇꽃별 ‘숲의 시간’=신세대 해금주자로 민요에서부터 재즈와 팝, 클래식을 아우르는 활동을 펼쳐온 꽃별의 공연이다. 그의 곡 ‘초수대엽(初數大葉)’은 한국음악 특유의 여백미와 서양음악의 풍부한 선율을 함께 갖췄다는 평가다.
◇정민아 ‘당신의 이야기’=가야금 연주와 노래를 병행하는 대중음악인 정민아의 공연에 이르러서는 ‘과연 어디까지를 국악곡이라 할 수 있는가’란 생각이 든다. 주먹밥을 팔아 생계를 잇던 시절의 이야기를 가야금에 얹으면서도 밝은 선율이다. ‘노란샤쓰의 사나이’부터 ‘천안도 삼거리’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외에 국악그룹 그림의 ‘그린 서클’, 노름마치 예술단의 ‘풍’, 민속악회 수리의 ‘신명, 하늘에 닿고’, 타니모션의 ‘새굿 프로젝트’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인지도 있는 유명 국악인들의 공연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지만, 들소리 토리앙상블 바람곶 등 지난해 공연에서 관객의 환호를 받았던 중소 국악단체들이 빠진 것은 아쉽다.
공연은 다음 달 3∼2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티켓 가격은 무료∼3만원이며,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http://www.nto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