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파생금융상품 시장… 증시 지지부진에 금융당국 ‘투기판’ 규제도 한몫

입력 2012-06-15 19:17


‘투기판’화된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증시 상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금융당국의 지속적 규제도 한몫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투기성이 짙은 파생상품 시장에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시장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거래량이 감소할수록 ‘큰손’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쉽게 출렁거려 오히려 소액 개인투자자는 가격 변동성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5일 세계거래소연맹(WFE) 통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결합증권(SD)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1월 175억9210만 달러였던 월별 거래대금은 지난달 12억6960만 달러로 급감했다. 시장 규모가 불과 4개월 만에 7.2%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같은 기간 SD상품의 숫자는 6689개에서 4572개로, 거래량은 464만8000계약에서 160만2200계약으로 줄어들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 초부터 주식시장이 침체해 가격 변동성이 줄어든 영향”이라며 “해외 거래소들도 거래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장내파생상품이 아닌 FX마진거래나 주식워런트증권(ELW)도 축소 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기본예탁금을 부과하는 등 끊임없이 규제를 도입해서다.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FX마진거래의 월별 거래대금은 1월 416억3910만 달러에서 4월 189억3810만 달러로, 월별 거래량은 32만2000계약에서 14만6100계약으로 감소했다. ELW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9881억200만원에서 지난달 713억5600만원으로, 일평균 거래량은 4183만 계약에서 564만 계약으로 줄어든 상태다.

대표적 장내파생상품인 코스피200 옵션 시장도 거래량 감소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이 코스피200 옵션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거래승수를 이날부터 50만원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10만원이었지만 5배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기를 막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하는 데 드는 투자비용을 높였다”며 “지난해 1000만 계약이던 일평균 거래량은 앞으로 200만 계약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열됐던 파생상품 시장이 안정되고는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더 큰 어려움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코스피200 옵션의 경우 필요한 초기 비용이 커져 소액 투자가 어려워졌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일부 기관이나 큰손의 영향에 휩쓸릴 위험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전문가는 “개인 투자자들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더욱 큰 가격 변동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며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