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당원 명부 유출’ 후폭풍… 대선주자간 갈등 조짐

입력 2012-06-15 19:14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 사건의 불똥이 당내 대선주자들에게 튀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조짐까지 보이지만 15일 열린 실·국장 긴급대책회의에서는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일단 각 주자 측은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애썼다.

친박근혜계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맡고 있던 지난 1∼3월 사이에 당원명부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자 긴장하는 모습이다. 당을 장악한 친박계는 당원들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문이 확산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친박계 서병수 사무총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대책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갖고 “국민과 200만 당원동지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사무총장으로서 깊이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서 총장은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체계와 당 기강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재점검하고 보완하겠다”며 “우려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이번 사태가) 대권 관리의 공정성을 크게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비박(非朴·비박근혜) 측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원명부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전문위원이 친이명박계 인사들과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특정 진영에 명부가 넘어갔고, 4·11총선 공천 과정에 악용됐을 수 있다는 음모론도 나돈다.

그러나 친이계 이재오 의원 측 관계자는 “당원명부를 불법으로 구하고 나서 나중에 문제가 되면 감당할 수 없다”며 “(이 전문위원이) 그냥 돈 받고 장사한 것 아니겠느냐”고 일축했다. 정몽준 전 대표 측은 “유출된 명부를 야당이 가져가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입수해 경선에 활용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리인인 신지호 전 의원은 “명부를 입수한 후보와 못한 후보는 출발선상에서부터 엄청난 격차를 보일 것”이라며 “경선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집권여당 200만 당원의 개인정보가 개당 2원 수준에 팔린 초유의 사태를 두고 정당의 당원명부 관리 실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당원명부가 저장된 서버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인원은 조직국 내 9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당 안팎의 요구 또는 청탁에 의해 얼마든지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각 시·도당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 내 당원명부의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 총장은 “지역에서도 거의 명부를 가지고 있어 누구라도 마음을 먹으면 당원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긴급대책회의에서 조직국장 1명만 당원명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정당 사무처 내 인사 관행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당직자들의 인사는 능력과 전문성보다 ‘바람’을 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당대회 때 당권을 쥔 진영에 줄을 댄 인사가 요직을 차지하는 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소수의 부적격 당직자들은 권력을 남용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기도 한다. 이 전문위원도 당초 지역민방 인수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