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국방 2+2회담] ‘한국형 MD’ 구축 합의… 北 미사일 쏘면 우리軍이 직접 요격, 美는 측면지원
입력 2012-06-15 21:50
미국 워싱턴DC에서 14일(현지시간) 끝난 제2차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의 공동성명문은 7페이지나 됐다. 서문, 한·미동맹, 북한, 지역협력, 범세계적 협력 등 5개 항목에 한반도는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을 넘어 미얀마,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국제적 이슈까지 다뤘다.
한 당국자는 “한·미 양국이 추진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의 핵심 채널로 2+2회의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미사일 문제’였다. 이와 관련, 공동성명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포괄적인 연합 방어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괄적 연합 방어태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국방부 핵심 당국자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뿐 아니라 적 미사일 탐지, 식별, 타격 등 일련의 시스템에 관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핵심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구축일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 양국은 2010년 9월 효과적인 ‘효율적 KAMD 체제 구축과 운용을 위한 공동연구 약정’을 체결하는 등 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해왔다. 간단히 말해 북한이 미사일(로켓추진체)을 발사할 경우 요격미사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술 협조와 장비를 도입함에 따라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참여하거나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하층방어’(일정 고도 이하를 비행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로 미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군이 구축한 KAMD는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와 조기경보 레이더, 패트리엇 미사일(PAC-2) 등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PAC-2는 일본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PAC-3)과는 달리 목표물 근처에서 터져 파편으로 격추시키는 방식이다. PAC-2 시스템은 대륙간탄도미사일같이 빠르게 날아가는 목표물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이번 2+2회담에서 연합 방어태세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필요한 무기 확보 작업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하층에서 요격하는 명령을 수행하는 군의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AMD-cell)는 오는 12월쯤 경기도 오산에 구축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15일 “KAMD 체계의 핵심인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가 11월 중순 도입되면 이 레이더를 기반시설로 12월 중 AMD-cell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MD-cell에서 탐지, 요격 명령을 하달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은 스커드-B·C(사정 300∼500㎞)와 노동미사일(사정 1000㎞) 등이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관련해서는 양국 간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날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협의가 꽤 진전된 상태”라고 답변한 반면 김 장관은 이번 회의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 것.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패네타 장관의 말은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을 논의하는 실무선에서 협의가 되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실무적으로 이미 상당 부분 논의된 사항이며 시한을 정하지 않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론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