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놓인 세계경제] G20중앙은행들, 실탄마련 나서… 그리스 당근책도 준비

입력 2012-06-15 18:55

“유로존 위기가 세계 경제에 거대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주요국 중앙은행으로서는 가장 먼저 대규모 유동성 공급 결정을 내린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가 그 배경을 설명하면서 언론에 한 말이다. 그리스 재총선, 이집트 대선 등 이번 주말에 집중된 주요국 선거의 예측불허 전망 탓에 유로존 위기 앞날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거대한 불확실성의 장막과 싸우기 위해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들이 공조해 대규모 실탄 마련에 들어갔다.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은 그리스 유로 탈퇴라는 최악 시나리오를 막아보자는 심산에서 당근책을 준비하며 그리스 달래기 작전도 병행하고 있다.

◇주요국 공조 “대규모 돈 풀자”=“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공조 채비를 하고 있다”고 G20 관리들과 소식통을 인용해 로이터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이들 대형 선거 이벤트들이 시장을 심각하게 교란하면 중앙은행들은 시중은행들에 충분한 현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감에 따라 18∼19일 G20 정상회담에서는 각국 재무장관들도 별도 회의를 갖는다. 금융시장 교란 정도에 따라 G7 재무장관들도 18, 19일 회담을 가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G20 정상과 재무장관들은 멕시코에 도착할 즈음에야 그리스의 유로 잔류냐, 이탈이냐를 판단할 수 있는 총선 결과를 손에 쥐게 된다.

◇영국 선제적 움직임=유로존 위기의 직접적 영향권 하에 있는 영국이 가장 빨리 움직였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가 14일 “재무부와 공동으로 수 주 내에 3∼4년 만기의 저금리 대출을 은행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만약의 사태가 몰고 올 신용경색에 대비해 화력을 갖추겠다는 취지다. 총 유동성 공급 규모는 10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재정정책 위주로 정책을 펴왔으나 지속적인 야당의 압박에 통화정책까지 채택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그리스, 떠나가지마” 달래기 나서=유로존 관리들은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과 관련해 금리 추가인하, 상환기간 연장, 그리스 공공부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유럽개발은행(ECB) 지원 등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고 FT가 보도했다.

유로존 관리들은 총선에서 구제금융 조건 준수를 내건 신민당이 아닌, 구제금융 조건 폐기를 주장하는 시리자가 승리하더라도 이런 인센티브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구제금융 조건 완화를 통해 국민들의 고통을 경감시켜줌으로써 유로존 잔류를 설득해보겠다는 뜻이다. 유로존은 재정적자 감축 목표 변경 등 구제금융 조건을 대폭 고치는 것에는 반대한다.

한편,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15일 ING와 ABN암로를 포함한 네덜란드 은행 5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특히 ING와 ABN암로의 장기채권 및 예금 등급은 ‘A2’로 각각 두 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그리스 스페인 위기의 불똥이 북유럽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