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약학자 크렉 블룸버그 교수 방한 “물질주의, 이 시대의 덫”
입력 2012-06-15 17:51
세계적인 신약학자인 미국 덴버신학교의 크렉 블룸버그 교수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영성과 헌신, 뜨거운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역사적전천년주의 종말론국제학술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다. 13일 서울 성내동 목양교회(이광복 목사)에서 만난 그는 “한국교회든 성도 개인이든 빚을 지지 않고 부채에서 해방될 때 교회 갱신이 오게 되며 관대한 나눔운동이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받은 인상은 어떤가?
“한국에 처음 왔다. 목양교회 새서울교회 온누리교회에서 설교도 하고 예배를 드렸는데 한국 성도들의 영성과 헌신, 뜨거운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었고 고대와 현대가 조화롭게 결합되어 있음을 보았다.”
-무슨 일로 왔는가?
“역사적전천년주의 국제학술대회 발제를 위해 왔다. 덴버신학교 졸업동문도 만났고, 장신대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좋았다.”
-역사적전천년주의가 종말론의 대세인가. 한국에서는 이광복 목사가 이 입장인데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예수님 재림 이후에 이 땅에서 예수님과 성도들이 함께 다스리는 천년왕국이 존재하며 그 이후에 영원한 천국이 펼쳐진다는 입장이다. 천년왕국을 강조한 것이다. 종말론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역사적전천년주의가 성경과 일치하는 종말론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관점을 지녔다고 해서 이단이라거나 구원을 못 받는다고 할 수 없지만 가장 확실한 것이 역사적전천년주의이다.”
-미국의 성도들은 역사적전천년주의를 많이 믿는가?
“일반 성도들은 제리 젠킨스의 레프트비하인드 등의 영향으로 세대주의를 많이 믿으며,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역사적전천년주의가 다수의 입장이다.”
-현재 미국 기독교의 최대 이슈는 무엇인가?
“내가 보기에 미국 교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물질주의’이다. 물질의 부요로부터 영적 열정이 식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적 열정의 상실이랄까. 이는 기독교가 유입되어 잘 살게 된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기복과 번영신학이 교회를 위협하고 있다.”
-그럼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제일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종을 가르쳐야 한다. 순종에 이어 중요한 것은 ‘관대한 나눔’이다. 재물을 나누는 것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선교사역이나 구제사역에 풍부하게 나눠줘야 한다. 그럴 때 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운동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나?
“현재 미국에서 관대한 나눔운동이 많이 전개되고 있다.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성경적 재정사역을 통해 부채에서 해방되도록 교회가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이든 교회든, 빚을 안 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실천할 때 교회 갱신이 올 것이다.”
-미국 대선이 세계의 관심사다. 오바마 현 대통령과 공화당 롬니의 대결을 어떻게 전망하나?
“굉장히 접전이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공화당을, 자유주의 기독교인은 민주당을 지지한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것은 어떤 사안에서는 공화당, 어떤 사안에서는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의 가치를 잘하고 있고, 민주당은 가난한 자를 도와주고 의료복지 등을 잘해왔다. 양쪽 다 의미 있고 잘하는 것이다. 부동층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결정지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예수의 복음을 받아들이는 데 힘들어하고 있다.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방법은 있는가?
“다행히 미국에서는 회심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을 회심시키는 방법은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들은 대학 캠퍼스사역, 선교단체의 사역을 통해서 주님께 돌아오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 창조적인 방식으로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가 젊은이들을 이끌고 있다.”
-한국교회는 성장이 둔화되고 젊은이가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지난 주일 예배를 드린 교회에서 자살문제를 놓고 기도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자살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미국의 한국 유학생들을 통해 깨달은 것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이 많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회도 젊은이의 욕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교회의 행정과 예배를 바꿔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융통성 있게 개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교회는 지금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앞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복음주의자 입장에서 이야기하겠다. WCC의 신학적 노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WCC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독교의 핵심 진리와 교리의 일부를 부정하는 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고 본다. 현대에 와서 WCC는 성적윤리에 있어 너무 개방적이라는 데 보수진영이 우려하고 있다. 특별히 성적윤리문제인데, 성경에서 성은 ‘남녀의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가능한데 다른 영역에서도 이를 추구할 수 있다고 용인하는 데 문제가 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대속의 죽음, 심지어 육체의 부활에 대해, 일반적으로 기적적 사건, 초자연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경향을 보여 왔다. 일부 사람들은 예수의 재림에 대해서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 문제에 대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복음주의 진영은 싸움과 갈등이 많아 문제다.”
-한국교회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한국교회, 신학계는 충분한 자원과 재정을 갖고 있다. 무작정 서구로 유학을 보내지 말고, 교회 개척이나 성장에 서구적 패러다임을 의존하지 말고 한국의 정황에 맞는 교회 개척과 성장전략을 세워야 한다. 선교사를 많이 내보냈는데 계속 많이 내보내야 한다. 특히 이민 가서 교회를 세울 경우 2세를 통해 이민 간 그 나라 백성들에게 복음을 전했으면 한다. 한국인은 너무 끼리끼리이다.”
인터뷰=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