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대통령과 골프

입력 2012-06-15 17:54

인생살이에 비유되는 골프를 같이 쳐 보면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다. 골프에는 지켜야 할 예절이 여럿 있어 항상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벌타 없이 다시 칠 기회를 주는 멀리건을 주느냐 여부가 곧잘 인구에 회자된다.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은 멀리건을 달라고 우기는 스타일인데다 점수기록도 대충 했다고 한다. 반면 오바마는 멀리건을 용납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우드로 윌슨은 눈이 내리는데도 빨간색 공으로 골프를 즐겼으며, 로널드 레이건은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도 퍼팅 연습을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 사퇴한 닉슨은 러프에 떨어진 공을 페어웨이 안쪽으로 차 넣는 반칙의 명수였다. 정치술수에 능했던 습관이 라운딩에서도 발휘된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골프 비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 CEO로 있을 때 싱글수준을 자랑했으나 청와대 입성 이후에는 공을 치지 않는다고 한다. 박정희·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비교적 골프를 즐겼다. 두 사람 모두 잘 치는 편은 아니었으며 골프 자체를 즐기는 쪽이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슬라이스(공이 오른쪽으로 휘는 것)를 많이 내 태릉골프장엔 아예 ‘박정희 홀’이란 것이 있다. 슬라이스가 나도 오비가 되지 않도록 페어웨이를 비정상적으로 넓게 만들어 놨다.

총리를 지낸 인사로는 JP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수준급의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절대 멀리건을 주지 않는 깔끔한 성격이라 동반 라운딩을 한 당시 대통령도 무척 어려워했다고 전해진다. 군 출신인 JP는 그린에 공을 올린 뒤에는 퍼트를 한 차례 이상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기도 용인 88CC에서 골프를 즐기다 구설에 올랐다. 이 골프장은 전 대통령 시절 88서울올림픽 유치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그가 무척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골프장은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는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해 놓아 분위기가 엄숙하다.

골프는 비용과 시간이 적잖게 들어 서민이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이 바쁜 국사를 잠시 잊고 지인들과 라운딩하는 것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장려할 만하다. 전 전 대통령처럼 요란을 떨어서는 곤란하겠지만.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