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원 개인정보도 보호 못하는 집권여당

입력 2012-06-15 17:53

새누리당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당 정책위원회 소속 수석전문위원인 이모씨가 4·11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수백만원을 받고 당원명부를 문자발송 업체에 넘긴 것이다. 새누리당 당원 22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 학력, 휴대전화번호, 주소 등 신상정보가 통째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에 당원명부를 압수당한 통합진보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당원명부는 정당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각 정당이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관리 등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그런데 당직자라는 사람이 이를 팔아넘겼다. 새누리당은 당원들 개인정보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셈이니 집권여당의 자격마저 의심받아 마땅하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김영우 대변인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유출 경위를 비롯해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철저하게 조사해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서병수 사무총장이 언급한 대로 당원명부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이 없는 이씨가 당원명부를 손에 넣는 과정에 도움을 준 당직자가 있는지 여부도 밝혀야 할 것이다. 당원명부에 대한 보안체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

유출된 새누리당 당원명부는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특정 후보 진영에 흘러 들어가면 지지를 요청할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고, 상대 정당이 확보하면 올 대선을 비롯해 각종 선거 때마다 써먹을 수 있다. 또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정치성향을 분명히 알 수 있어 상업적으로도 이용가치가 있다. 검찰은 이씨와 이씨로부터 당원명부를 건네받은 문자발송 업체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당원명부가 악용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씨가 돈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당원명부를 빼돌린 것은 아닌지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