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비역 대령, 37년 만에 순천향대병원 찾아와… ‘75년 헌혈로 신생아 살렸다’ 병원장 인증 받아
입력 2012-06-14 19:28
한 미군 예비역 장교가 37년 만에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을 다시 찾아 화제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순천향대병원은 “지난 12일 한국을 방문한 미군 예비역 대령 리처드 스탠리 드로즈(62)씨가 오래전 희귀 혈액형을 가진 한 임산부를 돕기 위해 헌혈을 한 뒤 순천향대병원으로부터 받은 감사편지에 병원 인증을 받고자 찾아와 병원장 직인을 찍어줬다”고 14일 밝혔다. 드로즈씨가 휴대한 감사편지는 원목액자에 깨끗하게 보관된 상태였다.
1970년대 초 한국에 주둔한 미8군 소속 중위였던 드로즈씨는 75년 한 임산부가 출산한 Rh(-) 혈액형을 가진 신생아가 생후 4일 만에 긴급수혈을 필요로 한다는 미군 방송을 듣고 순천향대병원으로 달려가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피를 나눠줬다. 그 역시 Rh(-) 혈액형이었다.
당시 31세의 아이 산모는 이미 유산을 12번이나 경험한 습관성유산 환자로, 가까스로 출산에 성공한 13번째 아이마저 잃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결국 피가 모자라 사경을 헤매던 아기는 드로즈씨의 피를 수혈 받고 극적으로 살아났다. 드로즈씨의 따뜻한 마음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그는 76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계속 군 생활을 하다 최근 대령으로 예편했다.
드로즈씨는 “그간 병원의 감사편지를 소중히 간직하며 기회가 되면 ‘헌혈로 고귀한 생명을 살렸다’는 인증을 순천향대병원 직인으로 받아두고 싶었다”며 “한국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고 그만큼 한국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순천향대병원 관계자는 “드로즈씨의 헌혈로 새 생명을 얻은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 2003년 12월 당시 주치의였던 소아과 이병훈 박사의 주례로 결혼해 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