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할렘에 ‘한국식 교육’ 고교 화제… 탈춤·태권도 가르치며 학습의욕 고취 ‘한국어 필수’
입력 2012-06-14 19:30
“한국식 교육은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형성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미국 뉴욕 할렘에 2005년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스쿨’을 설립한 세스 앤드루(38) 교장은 14일 이 학교의 성공이 바로 한국식 교육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난 앤드루 교장은 전교생의 80%가 저소득층이고 75%가 한부모가정으로 형편이 열악하지만 한국식 교육을 도입한 결과 지난해 주정부 실시 졸업시험에서 98%가 통과해 뉴욕시 최고 명문고 합격률과 비슷한 성과를 거둬 미국 교육계를 놀라게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학교의 교훈은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 가서 세상을 변화시키자’이며, 핵심 가치는 규범(Discipline) 존경심(Respect) 열성(Enthusiasm) 책임(Accountability) 성숙함(Maturity)인데, 이것이 바로 한국식 교육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미국 내에서 한국어를 졸업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유일한 공립학교이고, 탈춤 태권도 등 한국 문화를 가르쳐 해마다 한국 문화의 밤 행사도 갖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교육을 한국식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앤드루 교장은 “한국식 교육의 문제점인 성적 치중,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 체벌, 높은 사교육 의존도 등은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스스로 흥미와 열정을 갖고 창의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양국의 장점만 선택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지요.” 예컨대, 한국어 수업 때 교사가 학생들 수준에 맞는 교안을 직접 마련하고, 춤을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또 읽기 수학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매일 오후 5시까지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어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다.
앤드루 교장이 한국식 교육에 흠뻑 빠진 것은 2001년 1∼8월 충남 천안 동성중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다. 그는 “당시 상인 농부 등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학부모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자녀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것이 놀라웠고, 이것이 한국 교육의 성공 요인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15일 미래교육을 위한 스마트 미디어 등을 주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1회 EBS 국제 콘퍼런스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지난 12일 내한한 앤드루 교장은 19일 출국할 예정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