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관계 ‘제2차 냉전’ 조짐… 푸틴 크렘린궁 귀환후, 시리아 사태 싸고 급속 냉각
입력 2012-06-14 21:5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렘린궁 귀환’ 이후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제2차 냉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각국 외교 수장 간 설전이 벌어지는 등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와 군사적 협력관계를 완전히 끊고 모든 무기 지원과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또 “러시아의 무기 공급이 시리아 사태를 내전으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이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란을 방문 중인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통역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양국 간 불협화음은 시리아 사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열렸던 미국 주최의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에 불참했다. 미국에 유화적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과는 다른 외교 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란에 대한 대응에서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푸틴은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국제사회가 대(對) 이란 제재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이란 감싸기에 나선 것이다.
알렉세이 푸시코프 러시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양국 관계가 위기를 맞았다”며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다. 장기적인 불신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마샤 리프만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연구원은 “푸틴은 미국이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키고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이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진단도 나온다.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정치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푸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는 18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오바마와 푸틴은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시리아에 대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