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찰’ 엇갈린 셈법, 민주 “관봉 출처는 靑” 국정조사 압박 vs 새누리 “개원 먼저 특검도 고려”
입력 2012-06-14 22:02
민주통합당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를 정조준하며 국정조사 요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사찰 관련자들에게 제공된 ‘관봉 돈다발’의 출처로 청와대 특정업무추진비를 지목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사찰의 몸통이고 권재진 장관이 하수인”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국조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4일 열린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담도 별다른 진전 없이 결렬됐다. 그러나 파행 중인 19대 국회가 정상화되면 국정조사가 아닌 특별검사 도입은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원 구성 협상 과정이 주목된다.
민주당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관봉 돈다발은) 청와대에 있는 특정업무추진비일 확률이 99%로 제일 높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는 연 120억원씩, 총리실은 연 12억원씩 쓸 수 있는 특정업무추진비가 있고 이는 영수증이 필요 없는 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격려금 등 공식 경비로 지출하기 어려울 때 쓰라고 주는 게 특정업무추진비로 개인이 착복하지 않으면 어디에 써도 문제 삼지 않는 돈”이라며 “수표로 달라면 수표로 주고 현금으로 달라면 관봉이 찍힌 돈으로 준다. 제가 총리 할 때도 관봉으로 지급됐다”고 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에게 전달된 5000만원) 관봉 돈다발이 어디서 나왔는지 금융계 인사를 통해 파악했다”며 “국정조사가 열리면 해당 은행명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MB-새누리당 정권 국기문란사건 부실수사 규탄대회’를 열고 “모든 미진한 수사에 대해 국민 의혹 해소 차원에서 반드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뒤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사찰 관련 국정조사는 안 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며 “다만 특검은 여론 등을 감안해 고려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원 구성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걸핏하면 국민 의혹 해소를 위해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는데 개원도 안 하고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문방위 등) 3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으면 다른 국회 활동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 활동 내용에 대해선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원 구성 협상 결과에 따라 야당 요구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같은 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KBS 라디오에 나가 원 구성이 되면 민주당이 이미 국회에 제출한 권재진 법무장관 해임촉구결의안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권 장관이 사찰이 진행 중일 때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검찰 수사가 진행될 때는 법무장관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혹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파문이 일자 “새누리당에서 권 장관 해임건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