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넘어 잘사는 사회로…” 손학규 대선 출마 선언
입력 2012-06-14 22:07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14일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손 고문과 함께 당내 대선주자 ‘빅3’로 꼽히는 문재인 상임고문은 17일, 김두관 경남지사는 7월 초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또한 정세균 상임고문도 24일 출마 의사를 밝힐 계획이어서 민주당은 본격적인 대선경선 국면으로 돌입하게 됐다.
◇손학규의 경쟁력=손 고문은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애민 대통령’,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민생 대통령’,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통합대통령’을 손학규가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대한민국이 원하는 리더십은 유능한 진보, 격조 높은 진보”라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복지사회, 함께 잘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민생과 통합의 대통령’이라는 키워드를 내걸었다. 민생은 지난해 민주당 대표 시절 희망대장정을 통해 쌓은 소탈한 이미지를, 통합은 자신의 최대 정치적 자산인 중도보수 성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도권 영향력이 크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지사를 거쳐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갖췄다는 게 강점이다. 경쟁력은 지난해 4월 치러진 경기도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입증됐다. 당시 그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린 여당 텃밭에서 중산층과 젊은층 표를 결집시키며 승리했다. 지지율이 한때 15%까지 올랐고, 야권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각광받기도 했다. 손 고문 측은 이념적으로는 중도층, 경제적으로는 중산층까지 흡수할 수 있어 본선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자부한다.
친손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은 “풍부한 국정 경험, 자질, 안정성 등을 따지면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말했다. 친노무현 진영의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장관, 교수. 국회의원, 도지사를 해 예측 가능하고 안정성이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이낙연 오제세 신학용 양승조 김동철 김우남 이춘석 이찬열 의원 등 10여명이 친손계로 분류된다.
◇당내·외 외연 확대가 관건=‘대선주자 손학규’가 들고 있는 현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5%를 넘기기 힘들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12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손 고문은 2%를 얻어 같은 당 문재인(10%) 상임고문에 비해 크게 낮았다. 리얼미터가 같은 기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손 고문은 3.6%, 문 고문은 11.7%를 각각 기록했다.
손 고문 측은 “문 고문의 지지율은 ‘힐링캠프’(TV 예능프로그램) 지지율이다. 우리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 단숨에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낮은 지지율은 손 고문의 중도보수 이미지가 너무 강한 데 따른 역효과라는 분석이 많다. 옛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야권 대선후보로서의 정체성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손 고문은 지난해 당 대표 시절 ‘종북진보’ 발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을 겪으면서 호남과 진보진영 등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의 친노와 호남세력을 어떻게 포용하느냐, 당 외부에서는 노동계·시민사회 등 진보진영으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장희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