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안에… 두바이유 연중 최저치

입력 2012-06-14 19:00


글로벌 경제 불안 여파로 두바이유가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도 52일 연속 하락하는 등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유소들은 여전히 국제유가 하락폭만큼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업계는 실적 악화 우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현물 기준)는 13일 전날보다 배럴당 1.57달러 하락한 93.84달러에 거래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8%, 연중 최고치보다 32%나 하락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3월 중순 배럴당 124달러까지 올랐다가 꺾이기 시작해 지난 1일 100달러 선마저 깨졌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보통휘발유의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13일 ℓ당 1978.77원으로 52일 연속 하락하며 84원이나 내렸다. 서울 상도동의 한 주유소는 14일 ℓ당 1895원에 팔고 있다. 국제 유가가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시차로 국내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주유소 기름값은 7월까지 하락할 수 있다.

향후 기름값 추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 3대 경제축인 미국과 유럽, 중국의 경제 불안 등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석유 생산 목표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올 들어 두바이유 평균 판매가격은 배럴당 113달러로 지난해 106달러보다 높아 OPEC이 아직 감산할 때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유가는 ‘이란 리스크’에 달렸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다음 달부터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를 나르는 유조선 등에 대한 보험 제공을 중단키로 한 것이 현실화되면 국내 기름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기름값이 내려가면 소비자는 좋지만 정유업계는 비상이다. 국제 유가와 정제 마진이 대체로 정비례하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국제 유가 하락은 실적 악화로 직결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 후 제품 판매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떨어져 팔 때마다 손해가 늘고, 재고 평가액도 줄어들면서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7∼8월 중 증시 상장을 계획했던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실적 악화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상장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