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상담지원센터 3년 내용 분석, 학교폭력 늘어나니… 男청소년 고민상담 3년새 2배
입력 2012-06-14 18:59
서울 성동구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14일 오후 3시쯤 만난 김모(18·고1)군은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김군은 ‘10시간 상담’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하루 1시간씩 닷새째 이 센터 박혜경(52·여) 팀장과 상담하고 있었다.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김군은 고교 1학년 때 동네 선배의 위협 때문에 일탈 청소년이 됐다.
김군은 처음에는 맞지 않으려고 함께 나쁜 행동을 하다가 마침내 오토바이를 훔치는 일에 가담하게 돼 처벌을 받았다. 2년 유급 상태인 김군에게 아직 별다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 팀장은 “복합적이기는 하지만 부모의 돌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창동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는 인터넷을 하루 3시간 이상(주의사용자군에 해당) 하다가 전화상담을 하는 청소년들이 1일 40명 정도이다. 올해부터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상담이 늘고 있다. 상담을 받고 있는 장모(12·초등6)군은 “부모님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하다가 잠을 잔다”고 털어놨다.
서울시가 2009년부터 3년간 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남자 청소년들의 경우 학교폭력·가출 등 ‘일탈 및 비행’ 분야 상담이 2009년 3만544명에서 지난해 6만5513명으로 3년 새 2배나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여자 청소년들은 왕따·친구관계·이성교제 등 ‘대인관계’ 고민이 남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상담자는 위기청소년 상담 서비스 확대로 2005년 6만746명에서 2010년 67만1728명으로 5년 새 10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시 21개 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상담 내용을 보면 상담자 77만2696명 중 ‘컴퓨터·인터넷 사용’ 문제로 상담한 청소년이 19만1184명(전체의 24.7%)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학업·진로’ 13만5992명(17.6%), ‘일탈 및 비행’ 10만2031명(13.2%), ‘대인관계’ 9만3954명(12.2%), ‘정신건강’ 5만4294명(7.0%), ‘가족’ 5만2276명(6.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자 청소년의 ‘대인관계’ 문제가 5만4426명으로 남자 청소년(3만9528명)보다 훨씬 많았다. 상담자 중 남자는 39만7045명, 여자는 37만5651명으로 남자 청소년이 많았다.
시 관계자는 “청소년문제는 그들의 고민을 잘 듣는 데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며 “청소년들의 주요 고민거리들을 중심으로 양질의 상담 서비스와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