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연수를 불교기관서 명상수련으로?… 경기교육청, 유·초·중·고 2000여 학교에 공문 발송해 물의
입력 2012-06-14 21:29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관내 유·초·중·고등 교사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가부좌, 기체조 등 불교계 명상법을 권유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관내 2000여 유·초·중·고등학교에 공문(사진)을 보내 다음 달 7일부터 충남 공주 전통불교문화원과 서울 신정6동 대한불교조계종 국제선센터 등에서 60시간 진행하는 ‘2012 더불어 사는 평화교육 교사 직무연수-행복한 학교, 평화로운 학교만들기 창의인성증진(SEIV) 프로그램’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청은 이 공문에서 “이번 연수는 교사 치유상담 프로그램이므로 각급 학교 교장·교감 선생님께서는 소속 교사의 연수 신청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SEIV는 교사, 교육전문가, 한의사, 기공 전문가, 한겨레 공동체팀이 함께 연구 보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 영성, 감성, 지성, 생명력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4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만드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SEIV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한겨레 휴센터는 한겨레신문사가 운영한다. 경기도 남양주 봉인사 등 4곳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명상이나 기체조, 건강호흡, 자연건강식, 산림욕 등이 기본이다. 문제는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이 연수 프로그램이 불교계의 정신교육이란 점이다.
교계 목회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 연수 장소가 충남 공주 전통불교문화원과 대한불교조계종, 국제선센터 등 불교기관이라는 점을 꼽았다. 또 프로그램의 내용도 일반 체조보다 생명 에너지의 흐름을 몇 배 더 좋게 만든다는 몸 고르기, 고른 숨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숨 고르기, 마음에너지를 정화한다는 마음 고르기, 특별한 정신수련 방법을 활용해 정신에너지를 고양시키고 충만케 한다는 정신 고르기 등 불교계 명상법이 주를 이룬다.
경기도의 한 교사는 14일 본보에 “교육청이 공직자를 대상으로 불교의 정신교육을 하려 한다”고 항의 전화를 걸어 왔다. 이 교사는 “만약 불교계가 운영하는 명상법을 연수 받게 하려면 다른 종교에서 운영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선택하도록 한다면 모를까 이는 또 다른 ‘종교편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학교혁신과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에는 종교적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다보니 아무래도 장소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불교기관으로 정해졌을 뿐”이라며 “내년에는 연수 규모를 소규모로 나눠 실시해 연수 받는 교사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교회언론회와 바른문화운동국민연합 등 교계와 시민단체는 이 프로그램이 정신건강 차원을 넘어 일부 미신적이고 무속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추태화 안양대 교수는 “성경적 세계관의 관점에서는 불교의 명상법, 가부좌 등을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혹시 건강상 명상이나 가부좌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관여하지 않길 바란다. 자칫 우주 만물과 하나가 되는 그런 목적을 둔 범신론사상에 빠지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