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대기전력 年4000억 새는데… 셋톱박스 ‘전기먹는 하마’ TV의 10배까지 낭비
입력 2012-06-14 18:55
한 해 동안 가정에서 대기전력으로 낭비되는 전기가 4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국 105개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대기전력을 측정한 결과 가구당 대기전력 소비가 연 평균 209㎾h로 조사 대상 가구당 연간 총 전력소비 3400㎾h의 6.1%에 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200억원 가량이다.
전국 가정용 대기전력의 총량(순시전력)은 6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국 가정의 모든 가전기기를 작동하지 않고 플러그에 꽂아놔도 500㎿급 화력발전소 1기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셈이다.
대기전력은 전원을 끈 전기제품이 콘센트에 연결돼 있을 때 소모되는 전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전기가 낭비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품별로는 방송 수신을 위해 TV에 설치하는 셋톱박스가 12.3W의 대기전력을 기록해 ‘전기 먹는 하마’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TV의 대기전력 1.3W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외에 인터넷 모뎀(6.0W), 스탠드형 에어컨(5.8W), 보일러(5.8W), 오디오 스피커(5.6W), 홈시어터(5.1W), 비디오(4.9W), 오디오 컴포넌트(4.4W), 유무선 공유기(4.0W), DVD(3.7W) 등이 대기전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인터넷전화기(0.2W), 선풍기(0.22W), 휴대전화 충전기(0.26W) 등은 대기전력이 낮았다.
이번 조사는 2003년 이후 8년 만에 진행됐다. 2003년에 비해 TV, DVD, 전기밥솥, 오디오 등의 대기전력은 낮아졌으나 보일러, 에어컨의 대기전력은 증가했다고 KERI 측은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